[분수대]향토문화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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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축제는 생산성과 놀이성을 기반으로 한 지구촌의 대동제 (大同祭) 라 할 수 있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축제의 목적과 내용도 매우 다양해졌다.

'툭하면 축제냐' 는 비판론까지 제기될 정도지만 지역문화축제의 경우에는 그 지역의 경제발전과 활성화에 적잖은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경제효과적 측면에서 성공사례로 꼽힐만한 것이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시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축제와 일본 삿포로의 '눈 (雪) 축제' 다.

우연찮게도 이 두곳의 축제는 시작부터 그 목적이 비슷했다.

유명관광지로 발돋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에든버러의 경우 인구 40여만명의 우중충한 소도시인데도 연간 관광객은 1천2백만명에 달하며 지역소득 9백20만파운드 (약 1백40억원)에 1천3백여명의 고용에 해당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대표적 문화유적지인 에든버러성 (城)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열리는 '군악대축제' 는 외국관광객은 물론 영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삿포로의 '눈축제' 도 50년 관광자원 만들기와 2월중의 지역상점가 불경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열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제교류의 뿌리 역할까지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축제기간중의 소비액이 우리 돈으로 1천억원대에 달한다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서 매년 4백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축제의 본질에서 일탈한 채 놀이의 성격만 크게 부각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짙다.

얼마전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축제의 문제점으로 향락화와 무질서, 전통성 상실과 비전문성 따위가 지적된 일도 있다.

생산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다.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지역문화축제도 없지는 않다.

충남금산의 '인삼축제' 가 대표적이라 할만하다.

지난 5~9일 열린 이 축제의 사업비는 민간업자 출연금과 문예진흥기금 등을 포함해 4억여원 정도였지만 잠정결산한 판매액은 1백77억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국가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지역문화축제 모두가 금산처럼 알뜰한 결실을 본다면 축제의 참뜻도 되살아날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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