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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3남’ 정운 이름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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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연습 첫날인 9일 경남 진해시 미 해군함대지원부대 방어연습에 참가한 미 해병 기동타격대원들이 가상의 적을 제압하고 있다. 주한미군과 해외 주둔 미군 2만6000여 명, 한국군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이 훈련은 20일까지 남한 전역에서 실시된다. [진해=송봉근 기자]

북한이 9일 밤 최고인민회의의 12기 대의원(국회의원에 해당) 68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낮 북한 매체들이 “333호 선거구에서 높이 추대됐다”고 별도로 보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포함한 숫자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 발표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후계자를 조기 지명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의 이름은 없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상징하는 216호 선거구에 김 정이란 대의원이 선출됐다.

북한은 이번에 12기 대의원을 선출하며 과반수인 300명 이상을 교체했다. 주로 사망한 인물을 대체하거나 내각의 상(장관), 사회단체장들의 인사 이동에 따른 교체다. 그러나 대외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이을설 원수,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등 원로급 혁명 1세대 인물들은 그대로 포함됐다.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10선을 해 최다선이 됐다.

이들은 당초 고령으로 인해 활동이 어려운 탓에 탈락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고려해 이번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영일 내각총리, 박관오 평양시 인민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현철해 총정치국 상무부국장 등 당·정·군의 핵심 실세들도 망라됐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최익규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이름을 올려 복귀식을 치렀다.

반면 장성택 부장의 친형인 장성우 차수(전 민방위부장)와 김격식 전 총참모장은 탈락했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 오던 이명수 국방위 행정국장이 탈락됐다. 이 국장은 2월 11일 김 위원장의 포병부대 방문 때 수행한 뒤 모습을 감춰 특별한 과오를 범했거나 건강 문제가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용수 전 인민보안상 겸 국방위원과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회 회장 등 비리 혐의가 있는 인물들도 재기에 실패했다. 다만 최칠남 전 노동신문 책임주필과 박순희 여맹위원장 등은 직책이 바뀐 채 포함돼 이들이 당이나 다른 곳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대남 분야에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이 건재를 과시했으며 주진구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 박진신 부국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2012년을 경제강국 완성의 해로 제시한 북한은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자리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김석남 평양 3·26전선공장 지배인(14호 선거구), 김명환 평양제사공장 지배인(49호), 신영철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15호)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성과를 낸 인물들로 북한 언론에서 소개된 인사들이다. 결국 김 위원장 1기였던 1998년 선거는 ‘과도기 위기 경영’, 2003년 2기 때는 ‘안정화’, 3기는 ‘후계 체제 기반 마련과 경제 정상화’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반석을 다지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들 이름 모두 빠져=이번 선거에선 김정남·김정철·김정운 등 김 위원장의 아들들 이름은 모두 제외됐다. 98년과 2003년 장남인 김정남의 이름이 들어가 후계 체제 구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으나 인민군 경비대장(중장)과 동명이인이었다.  

정용수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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