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축구 대결史]上. 한국, 고비때마다 일본발목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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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을 넘어서지 않으면 프랑스로 가는 길은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은 28일 벌어질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을 앞두고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본측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숙명' 이 돼버린 한.일 축구의 월드컵 대결은 지난 54년 스위스대회 예선전에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그 역사를 상.하로 나눠 싣는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는 한국과 일본이 동반 진출하기를 바랍니다. "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기념 만찬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나가누마 겐 일본축구협회장은 '한.일 동반진출' 을 기원했다.

그러나 한.일 축구는 결국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진출 티켓을 놓고 숙명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동안 일본 축구는 고비때마다 한국에 발목을 잡혀왔다.

일본 축구의 당면과제는 언제나 '한국 따라잡기' 였다.

현재까지 대표팀간 역대 전적은 한국이 42승14무9패로 절대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예선전적도 6승4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축구의 첫 만남은 월드컵 무대였다.

54년 스위스월드컵 예선. 이승만 대통령의 일본 입국 거절로 홈.어웨이는 모두 도쿄에서 치러져야 했다.

본선 티켓을 놓고 맞닥뜨린 첫 대전에서 한국은 선취골을 허용했으나 5 - 1로 대승을 거뒀다.

축구에 관한한 '한국 우위' 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2차전은 2 - 2 무승부. 한국이 1승1무로 대망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60년 11월 한국은 칠레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서울로 불러들여 다시 한번 격돌, 2 - 1로 승리를 거뒀고 61년 6월 도쿄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2 - 0으로 이겨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일본 축구에 뼈아픈 경험을 갖게 된다.

가마모토.스기야마등 일본 축구의 영웅들이 등장했던 시기인 67년. 그해 9월 도쿄에서 벌어진 멕시코올림픽 예선전에서 한.일 양팀은 3 - 3 무승부를 기록, 한국은 골득실차에 밀려 일본에 본선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본선에서 동메달을 따내 세계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대결을 펼친 것은 85년 10월 도쿄에서 벌어진 멕시코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1차전. 김정남 한국대표팀 감독과 모리 일본 감독이 맞붙은 이 대결에서 한국은 전반 30분 정용환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41분 이태호가 추가골을 터뜨려 기무라가 한골을 만회한 일본을 2 - 1로 제압했다.

같은해 11월 서울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허정무의 결승골로 1 - 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일본을 제물로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일본 축구는 이후부터 조직적인 체제정비에 나서 한.일 대결은 첨예화돼 갔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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