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2㎡형 프리미엄 8억~13억” 대박꿈 이뤄지나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강북 강변도로를 따라 병풍처럼 늘어선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촌에는 ‘개발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이곳 일대를 합쳐 개발하겠다고 밝힌 2007년부터다. 개발을 추진해온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시행 업무를 전담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은 그동안 입주권·이주비·이사비·중도금유예 등 ‘당근’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개발 공방은 드림허브가 이달 들어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용산역세권개발 김병주 팀장은 6일 “오늘 신청하려 했으나 다소 늦어져 다음 주 중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구역 지정 제안과 관계없이 주민 동의율을 80%까지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동의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부이촌동 수용개발 반대’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는 정근수 전국뉴타운비대위연합 사무국장은 “사업자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단 동의부터 받겠다는 비민주적 추진 방식부터 재고해야 한다”며 “4월 재·보선에서 전국 1000여 개 뉴타운·재개발 사업장 문제를 이슈화하겠다”고 맞섰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구상부터 완공까지 17년이 걸린 일본 롯폰기 힐스는 도심 재개발 과정 자체가 명성을 높인 요소였다”며 “주민과 사업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 아파트 사면 입주권 못 받아

지루한 힘겨루기에 엉뚱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부동산중개업소는 “무주택자라면 지금 서부이촌동 아파트를 사 입주해도 나중에 새 아파트 입주권과 이사비·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상담해 주고 있다. 드림허브 측은 그러나 “이주대책 설명회를 연 지난해 10월 23일 이후 취득자는 현금 청산 대상자”라며 “어떤 경우에도 입주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 이주대책 기준일은 2007년 8월 30일이다. 드림허브는 애초 기준일 이후 취득자에 대해서는 이주대책에 따른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기준일 이후 취득자들이 반발하자 ▶지난해 10월 23일까지 취득한 사람에 한해 ▶취득 당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고 ▶주민등록을 마친 소유자로 ▶사업에 동의한 경우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한 입주권을 주고 이사비와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기준일 이후 취득자를 특별공급대상자로 정해 입주권을 부여한 선례를 따른 것이다. 드림허브에 따르면 취득 당시 주택을 보유해 거주하고 있고 사업에 동의한 사람은 이주비와 이사비를 받을 수 있다. 기준일 이전 취득자로 전세를 놓은 상태에서 동의한 사람은 이주비·이사비와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다.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집 주인은 어느 경우에나 법정이사비(약 100만원)만 받는다. 토지나 주택은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라 보상돼 보상 시점의 시세보다 다소 낮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준일 이전 취득·거주자가 사업에 동의하면 대림 아파트 102㎡형의 경우 ▶142㎡형 입주권 프리미엄 8억6000만~12억9000만원 ▶중도금 유예 금융 수익 1억6400만원 ▶보상금(12억원 가정) 이자수익 4억500만원 ▶이주비(최대 3억원) 이자수익 6000만원 ▶이사비 등 현금보조금 2000만~3500만원 등 15억~19억50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드림허브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사업자의 계산은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전제한 기대수익”이라며 “주민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 요소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비대위도 입주권 대상 주택의 위치나 분양가가 정해지지 않았고, 기존 주택의 보상가 역시 낮게 책정될 수 있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아파트단지 대표는 “시한 내 동의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사업자가 주민을 겁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판매시설 중심 개발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를 국제업무시설과 유통·주거·문화시설 등이 결합된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한다는 프로젝트다. 2011년에 착공돼 2016년 완공될 예정이다. 개발 주체는 27개 컨소시엄 참여 회사가 1조원을 출자한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다. 실질 업무는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맡는다.

당초 구상대로라면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152층, 620m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드림타워)가 있고 주변에 20~50층 높이의 주상복합 7개 동과 임대아파트 1개 동, 20~70층 높이의 오피스빌딩 12개 동이 배치된다. 총 연면적은 317만㎡(96만 평)다. 이 중 14.14%(13만5000평)만 주거시설이다. 업무시설이 54.58%(52만 평)로 가장 많다. 이 밖에 초대형 쇼핑몰 등 판매시설(20%·19만 평), 6성급 호텔 등 숙박시설(6.6%·6만3000평), 문화·집회시설(4.6%·4만4000평) 등이 들어선다.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의 면면도 화려하다. 초고층 건설 노하우가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 GS건설·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금호산업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삼성생명·우리은행 등의 재무적 투자자가 뛰어들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은 앞으로 2~3년간 검토를 거쳐 뼈대가 갖춰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개발이정표가 될 듯하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나 90년대 5대 신도시 개발 등 외연 확장에 치중해온 과거의 개발과 달리 허름한 도심을 개발하는 도시재생 사업이기 때문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복합개발 사례인 도쿄 롯폰기 힐스(3만5000평)에 비해 부지가 다섯 배 넓고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 아픔 털고 국제도시 꿈
‘용산’이라는 지명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편이다. 미군 기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민족 수난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용산의 일본군 주둔지나 철도창은 일제의 한반도 지배와 대륙 침략의 전초기지였다. 이촌으로 불리기 전 서부이촌동 일대는 ‘새남터’로 불렸다.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서부이촌동은 예전부터 풀과 나무가 많아 새나무터·새남터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남터의 일부는 조선시대 사형장으로 이용됐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11명의 천주교 성직자가 이곳에서 순교했다.

새남터천주성당 김금만 사무장은 “한국천주교회에서는 1890년부터 이곳 순교터를 매입하고자 했으나 경부선 철도 공사로 실패했고 1957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터를 매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용산 프로젝트에서 새남터는 ‘존치지구’로 지정돼 개발에서 제외된다. 서부이촌동은 1960년대부터 주택지로 본격 개발됐다. 중산·성원·시범·동원·대림 등 5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시범과 중산아파트는 70년 준공됐다. 대림아파트는 94년 재건축됐고, 동원아파트는 입주한 지 4년밖에 안 됐다. 일부 아파트 부지는 시유지나 구유지로 재건축의 걸림돌이었다.

성당 바로 위쪽을 지나가는 이촌동길을 경계로 북쪽에는 한강로3가가 있다. 한강로3가는 지난 1세기 동안 철도 부지로 쓰였다. 1905년 ‘용산공작반’을 시작으로 ‘용산공장’ ‘경성공장’ 등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면서 객차·증기기관차·디젤차·전기기관차 등 다양한 철도차량을 제작하는 부지로 줄곧 쓰였다. 96년 공장의 명칭을 ‘철도청 서울철도차량정비본부’로, 2007년에는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으로 개칭했다.
 
허귀식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주)부동산뱅크 기업정보 보기

(주)스피드뱅크커뮤니케이션 기업정보 보기

삼성물산(주) 기업정보 보기

GS건설(주) 기업정보 보기

현대산업개발(주) 기업정보 보기

(주)포스코건설 기업정보 보기

금호산업(주) 기업정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