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천재보다 만들어진 ‘창재’가 돼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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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12면

생존이 화두인 시대. 공부는 현대인 모두의 과제다.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샐러리맨들도 ‘자기계발’ ‘자기 브랜드화’ ‘평생 직장은 없다, 평생 직업을 택하라’ 등 갖가지 명목으로 공부에 매달린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외국어든 컴퓨터든 회계학이든 일단 시작하기가 만만치 않다. 시작한다 해도 꾸준히 하기 어렵다. 설사 꾸준히 한다 해도 기대만큼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 나이 든 직장인이 대부분 그렇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이시형 지음, 중앙북스, 262쪽, 1만3000원

대한민국의 대표적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가 결단력·끈기·기억력 모두 아쉬움을 느끼는 보통사람들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뇌과학적 근거를 들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뇌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만 배운다면 누구나 10대 못지않은 젊은 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기억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지만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력 등은 좋아지므로 전반적 지능은 오히려 향상된다”고 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독종들의 공부법’은 다르다. 우선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뇌는 하기 싫은 것을 딱 72시간만 참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이기고 피곤을 덜어 주며 인내를 돕는 부신피질의 방어호르몬이 딱 이 정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심삼일’은 속담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설명이다.이 때문에 뇌를 달래야 공부가 쉬워진다며 ‘공부 호르몬’ 세로토닌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세로토닌은 엔도르핀 등을 조절해 안정감과 행복감을 만들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이 세로토닌은 음식 잘 씹어 먹기, 아랫배로 깊이 호흡하기, 즐겁게 걷기를 통해 분비를 늘릴 수 있는데 단 20~30분간만 왕성하기에 집중력도 이때가 가장 커진단다. 그러니 책상 앞에 오래 붙어 있어 봐야 소용없다며 짧게 집중해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지은이의 ‘과학적 주장’이다.

그런데 이 책, 내용은 솔깃하지만 살짝 의문이 든다. 뇌과학에 정신의학 용어들이 등장하는 것이 어지럽기도 하고, 좋은 귀띔이 너무 많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그렇다면 마지막 장을 보자. 천재·영재보다 뛰어난 ‘창재(創材)’란 말이 나온다. 창조적 인재를 뜻하는 지은이의 신조어인데 ‘창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대목에 이르면 부쩍 힘이 솟는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확실한 주인의식,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창조의 계기가 되고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천재라 하면 IQ가 높은 사람을 뜻하지만 IQ만으로는 천재성을 가늠할 수 없으며 지능엔 신체운동 지능, 공간 지능, 자연친화 지능 등 다원적 지능이 있다. 지은이는 사람마다 누구나 특정 분야에 ‘강점 지능’이 있으며 자신의 강점 지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효율적 공부의 첫걸음이라고 일러 준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 ‘그래,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성공을 향해 한발 내디딘 것이며 목표를 향해 확실하게, 독하게 노력하면 자신의 뇌는 행복을 느낄 거라고 충고한다. 또 자기 책을 덮는 즉시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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