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서울'의 중국식 표기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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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의 중국식 명칭 '한청(漢城)'의 표기 개정 작업이 중국인에게 민감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은 지난 4월 서울시가 선보인 '서우얼(首爾)'등 4개 시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부르든 무슨 상관인가""한국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중국식 이름을 고치려 하지만, 고치든 말든 우린 우리식으로 부르면 될 일"이라며 딴청 부리듯 했다.

이 문제는 중국 관영 광명일보(光明日報)가 18일자 사설에서 정면으로 다루면서 다시 타오르는 양상이다. 광명일보는 "한국인들은 한청의 '한(漢)'자가 중국의 한(漢)왕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최근의 개정작업은 남의 나라 고대 왕조에 대한 거부반응"이라며 개정 작업을 비난했다.

또 "한국 측이 시안으로 내세우는 '서우얼''서우뉴얼(首午爾)' 같은 단어는 중국과 대만.홍콩.마카오.동남아 화교 등 15억 한자 문화권 사람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표기법"이라고 혹평했다.

중국어에서 외래 고유어 표기는 '뉴웨(紐約.뉴욕)''바리(巴黎.파리)'등 현지 발음에 가까운 근사치를 선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서울은 "한자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냥 조선시대 서울의 명칭이었던 한성의 중국식 표기인 '한청'을 고집해왔다.

국가 관계는 서로를 인정하는 상호주의에서 출발한다. 한국이 중국의 변방 티베트를 중국 발음대로 시짱(西藏)자치구로 불러주는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상호주의 관점에서 따진다면 '서울'의 중국어 표기는 우리가 만들어 중국사람들에게 주기 전에 벌써 스스로 해결했어야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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