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흐름 반영한 국적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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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무부가 국제결혼한 여성의 자녀에게도 우리나라 국적을 인정하도록 국적법을 개정키로 한 것은 획기적인 조치다.

그것은 오랜 기간 가부장제의 틀에 갇혀 있던 여성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법적 조치일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다.

국적법이 개정되면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적 장애는 완전히 제거되는 셈이며, 국민의 혈통도 다양해질 것이다.

당연히 국적법개정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적법의 개정은 시대 흐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은 많이 변했다.

경제와 문화는 국경이 무너진지 오래고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시대다.

우리 국민들의 해외진출도 늘어나고 현지인과 결혼해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가간의 인적교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시대의 조류다.

더구나 우리는 국정지표의 하나로 세계화와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외국남자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남녀평등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적자원을 방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사회는 지금 노동시장 개방이후 밀려들어온 외국인근로자들과 국내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아버지의 신분문제 때문에 한국국적을 갖지 못해 정상적인 교육과 의료혜택 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국적법 개정후에도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 자녀들이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들에게도 국적법개정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국적법이 개정되면 한국에서의 장기체류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하면 외국인근로자의 수가 급증할 수도 있다.

이중국적의 관리도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국적법 개정의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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