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한국계 벤처 캐피털리스트 한숙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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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했다지만 초고속인터넷.무선랜 등 일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생명공학(BT) 등 미래 유망산업은 한참 뒤져 있다는 것이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하이테크 기업의 해외진출 성공전략 마련을 위한 국제 세미나'에서 한국기술투자 한숙자(48)전무는 "첨단산업분야에서 한국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전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벤처 기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적은 미국. 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유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으며, 애플컴퓨터.IBM 등을 거쳤다.

그는 지난해 한국기술투자와 인연을 맺어 현재 미주지사장(전무)으로서 한국기술투자가 추진 중인 5억달러(6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 해외자금 유치와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한 전무는 미 벤처투자업계에서 한국의 IT산업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를 "소프트웨어(SW).소재.장비 등 핵심.기초 분야가 뒤지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좁은 시각과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미 벤처 투자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BT와 나노테크(NT)에 대해서도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생명공학 관련 행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 투자업계로부터 찬밥대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LG 같은 대기업은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지금 너무나 잘하고 있지만 그 아래 수준에서는 어느 기업이 해외에 제대로 진출하느냐"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자금 조달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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