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추석 특집프로 가족용 볼거리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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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매년 명절 특집 프로그램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는 속담을 실감케 한다.

올해의 추석 특집 프로그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오후와 밤시간대 대부분의 편성이 영화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13일부터 17일까지 3개 방송사에서 방영된 영화는 만화영화를 제외하고도 총 51편에 이른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귀여운 여인' '다이 하드2' '동방불패' 등 많은 영화가 이미 TV를 통해 여러번 방영된 식상한 영화라는 점이다.

심지어 '용형호제' '서유기' 와 '슈퍼맨' 은 연휴기간 동안 각각 1.2편과 2.3편이 함께 방영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도 문제다.

줄잡아 15편 이상의 영화가 액션영화들이었고 오래된 홍콩영화, 유치한 한국영화등 수준 미달작도 많았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30대 주부는 "많은 영화들이 폭력적인 액션영화라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 며 "한가위는 온가족이 한데 모이는 명절인만큼 잔잔하고 감동적인 명화가 방영되어야 하지 않느냐" 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화 '총잡이' 의 경우 밤9시30분이라는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방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섹스장면이 그대로 노출됐으며 저질스러운 상소리와 욕설을 여과없이 내뱉어 많은 가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추석영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또다른 불만은 대작일지라도 심한 가위질로 원작을 많이 훼손시켜 차라리 방영을 하지 않은 것만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 이외의 특집 프로그램은 몇 편의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예년의 레퍼토리와 마찬가지인 노래자랑, 청백전, 외국인.귀순자 출연 장기자랑, 퀴즈등에 그쳤다.

'도전!불가능은 없다' '남자 셋, 여자 셋' '미스&미스터' 등 정규 편성 프로그램들의 추석특집도 그동안 방영된 내용들을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짜깁기한 것에 불과해 특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옛말이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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