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스 실각…중국 공산당 15차 전당대회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국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자대회 (15大)가 중앙위원회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한 장쩌민 (江澤民) 체제 공고화와 국유기업 개혁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의 지속적 추진이란 양대 성과속에 마무리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덩샤오핑 (鄧小平) 사후 권력개편은 당서열 3위였던 차오스 (喬石)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 탈락으로 귀결됐다.

喬의 중앙위원 탈락은 공산당 우위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실상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喬의 탈락과 함께 향후 지도체제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되지만 이는 鄧사후 鄧이 생전에 짜놓았던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지고 江총서기 위주의 새로운 진용이 본격 가동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18일 발표된 중앙위원 (종전 1백89명에서 1백93명으로 증원) 중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상당수 물러난 대신 젊고 유능한 신진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 위해선 전문화와 세대교체 (年輕化) 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현 지도부의 신념을 재확인하는 한편 내년 봄 있을 국무원 개편에서 부장 (장관) 급에 대한 대대적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15大는 또 당 헌법과도 같은 당장 (黨章) 을 개정, 鄧이 제창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론' 을 지도노선으로 공식 채택했다.

이를 종합하면 鄧의 막강한 후원아래 권력의 최고봉에 선 江총서기가 鄧의 깃발을 들고 21세기 중국을 이끌어 나가되 '장쩌민 시대' 에 걸맞게 당.정 조직과 인사를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15대는 경제개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소유제에 대한 과감한 사상 해방을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

江총서기가 15대 개막일에 행한 정치보고에서 현 중국의 소유제를 '공유제를 주체로 한 혼합경제' 로 규정한 것은 비 (非) 공유부문의 확대 도입을 위한 사상적 정지작업이다.

지난 92년 14차 당대회에서 鄧이 '자본주의 = 시장경제, 사회주의 = 계획경제' 라는 고정관념을 타파,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처럼 江총서기는 '자본주의 = 사유제, 사회주의 = 공유제' 라는 이데올로기적 등식을 과감히 허물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유기업에 대한 주식제 도입 확대와 주식합작제 (종업원지주제와 비슷한 제도) 를 모형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소유제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물론 자산 재평가를 통한 국유.집체 (集體).개인 재산에 대한 지분 재조정, 소유.경영의 엄격한 분리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당대회는 법치.민주를 유난히 강조했다.

15대 대표자 선거와 중앙위원 선임때 정원의 1백10%를 위에서 선정하고 10%를 밑에서 거르는 사실상의 경선이 치러졌다.

제도화.규범화를 통해 공산당의 독점적 권력지배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엔 카리스마적 권위를 지닌 1인 최고지도자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됐지만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갈수록 높아지는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시대적 상황변화를 인정한 선택이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