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FTA협상 5월 시작 … 안보 분야 양국 협력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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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5일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했다. 첫 협상은 5월 시작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케빈 러드 총리가 5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의회 대정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 참배했다. [캔버라=오종택 기자]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관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FTA를 추진키로 했다”며 “양국의 통상을 증가시킬 수 있고, 적자 폭(지난해 기준 130억 달러)도 점진적으로 좁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드 총리 역시 “FTA는 한국과 호주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협상에서 양국 통상장관들이 김치에 술 한잔 하면서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국 간 FTA 체결 시 자동차와 부품, 기계류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확대가 기대된다”며 “민간 공동연구 결과 한국은 최대 296억 달러, 한국에 대한 세계 최대의 광물자원 수출국인 호주는 최대 227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러드 총리는 그동안 한국 측이 요청해 온 K-9 자주포 수입 문제와 관련해 “K-9 자주포의 성능을 높이 평가한다. 구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사거리 40km에 항법장치와 자동 사격 통제장치를 갖춰 급속 발사가 가능한 K-9 자주포는 우리 군이 개발한 명품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할 예정인 두 정상은 금융 부실자산 처리를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각국이 공조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국제금융시장 경색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두 정상이 적극 개진해 런던회의에서 이 같은 결의가 채택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러드 총리는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고, 이 대통령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1997∼98년 외환위기 때의 경험과 현재 진행 중인 조치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대통령의 설명에 러드 총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한 설명”이라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안보협력 공동성명도 채택=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한·호주 범세계 및 안보협력 강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범세계적 군축과 대량살상무기(WMD) 및 운반수단의 비확산에 대한 협력 확대 ▶비밀 군사정보의 교류를 위한 양자 간 협정 체결 ▶국방당국 간 대화 수준의 격상과 방위산업 간의 협력 증진 등 9개 항이다. 함께 채택한 행동계획에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매년 개최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대변인은 “기존의 경제·통상 분야에 집중됐던 양국 간 협력 범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분야로 확대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박3일간의 호주 방문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6일 마지막 순방국인 인도네시아로 이동한다.

캔버라=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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