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C와 공정성·객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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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방송심의 규정을 어긴 MBC의 뉴스·시사 프로그램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에서 ‘뉴스 후’ 프로그램의 미디어법 관련 방송 내용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배했다며 중징계인 ‘시청자 사과’ 결정을 내렸다. 또 같은 이유로 ‘뉴스데스크’와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서도 각각 경고와 권고를 의결했다.

그동안 MBC의 편파성 논란에 비춰볼 때 이번 심의위 결정은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MBC는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심의과정에 비친 MBC 측의 자세에서는 좀처럼 반성의 기미를 읽을 수 없다. 4일 심의위 의견진술에 나온 뉴스데스크 관계자는 “우리가 약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었음은 인정한다”면서도 “균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편파적 제목과 일방적인 인터뷰 등은 차치하더라도 앵커가 뉴스 진행 중에 “방송법 개정에 찬성 안 해 나도 파업에 동참한다”고 말하는 것이 균형 잡힌 보도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송산업이 침체일로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는 엄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얼마 전 MBC 사장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공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작금의 MBC 위기의 본질이 경제상황이 아닌 공정성 추락에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해 이후 다른 지상파방송들에 비해 유독 시청률과 경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공정성 문제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심의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MBC의 각종 프로그램이 규정을 어겨 받은 제재는 127건으로, 다른 지상파방송은 물론 케이블TV들보다도 많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영회복은 고사하고, 방송사업 재허가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MBC는 이제라도 그간의 잘못을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고 공정성 회복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 줄이고 구조조정하는 일보다 회사를 살리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