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은 반드시 잡힌다" 공개수사하면 제보 잇다라 결국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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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괴범은 영원히 숨어있지 못한다.

아무리 완전범죄를 꾀해도 반드시 잡히고야 만다.

철부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사건이 갈수록 지능화.흉포화하고 있지만 결코 완전범죄로 끝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나리양 사건에서 또 한번 입증됐다.

나리양의 유괴.살해사건에서 보듯 공개수사로 전환하자마자 유괴범의 인상착의.용의차량등 결정적 제보가 잇따랐다.

여기에 경찰은 협박전화를 감청해 발신지를 추적하고 성문 (聲紋) 을 감별하는등 첨단수사를 펴 범인이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장기적인 비공개 수사로 범인 조기검거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건이 80년 11월13일 발생한 이윤상 (李潤相.당시 14세) 군 유괴사건과 91년 1월29일 이형호 (李炯昊.당시 9세) 군 유괴사건. 범인이 학교스승으로 밝혀져 세간에 충격을 줬던 윤상군 사건은 사건발생후 1백5일동안 비공개로 수사, 범인에 대한 결정적 단서 확보없이 원점을 맴돌다 공개수사로 전환한지 12일만에 범인 주영형 (朱永炯.당시 28세.사형집행) 이 검거됐다. 그러나 형호군 사건의 경우 범행후 46차례의 협박전화가 걸려왔으나 44일만에 시신이 발견되면서 뒤늦게 공개수사로 돌아서는 바람에 시기를 놓쳐 아직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다.

91년 10월29일 발생한 이득화 (李得和.당시 8세) 군 유괴사건은 사건발생 1주일만에 신속한 공개수사로 전환, 나흘만인 11월10일 "협박전화의 목소리가 같다" 는 시민 제보로 범인 문승도 (文勝道.당시 23세) 를 검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개수사든, 비공개수사든 지금까지 수없이 발생한 유괴사건 범인들이 결국 대부분 검거됐고 유괴살해의 경우 범인중 거의 1백%가 사형이라는 극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이다.

한편 유괴사건의 경우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비공개수사를 원하지만 최근 경찰수사는 사건발생후 며칠이 지나면 곧바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범행후 은신처를 전전하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궁지에 몰려 유괴된 어린이를 살해하던 과거의 범행행태와 달리 최근에는 유괴 직후 우선 살해한 뒤 협박전화를 거는등 수법이 냉혹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리양 부모도 사건발생 4일만에 공개수사를 요구했고 결국 유괴범은 끝까지 숨을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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