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포수 실책에 뛰지않아 아웃당한 동봉철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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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동봉철 (LG) 은 유죄인가' . 2 - 1로 앞선 LG의 2회말 2사1, 3루에서 포수 머리위로 높이 뜬 타구를 때린 동봉철이 심판대에 올랐다.

도저히 놓칠 수 없다고 여긴 그 타구를 해태 포수 권오성이 어이없이 떨어뜨렸고 LG 3루 주자 신국환은 여유있게 홈인,점수차가 3 - 1로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LG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동봉철이 1루로 뛰지 않고 그대로 서서 구경하다 아웃돼 제3아웃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1908년 9월23일 뉴욕 자이언츠 - 시카고 커브스의 경기. 1 - 1로 맞선 9회말 2사1, 3루에서 자이언츠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자이언츠의 1루 주자였던 프레드 머클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오는 관중들을 피해 2루를 밟지 않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갔고 이를 커브스의 내야진이 알아챈 것이었다.

커브스는 공을 주운 뒤 탈의실로 들어간 심판들을 끌어내 "제3아웃이 포스아웃이므로 득점은 무효" 라고 주장,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라운드의 독재자로 불리던 자이언츠 맥그로 감독은 결코 머클을 탓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경기가 끝나면 성가시게 밀려드는 팬들을 피해 얼른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봉철은 타격을 한 뒤 최선을 다하지 않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누구도 잡기 쉬운 그 공을 포수가 놓치리라고 예상한 선수는 없었다.

차라리 동의 실수보다 어이없는 포수의 실수에 낙담하지 않고 공을 재빨리 주워 1루에서 동을 포스아웃으로 잡아낸 이대진의 침착함이 돋보인 해프닝이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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