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서장애 아동 조사·치료 모범 보인 고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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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도 고양시가 정서장애 아동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정 및 사회 환경의 변화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자폐·학습장애 등 갖가지 정서장애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양시내 초등학교 1학년생 410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네 명 중 한 명이 이 같은 장애의 징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06년 정부가 12개 시·도의 94개교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조사를 했을 때도 네 명 중 한 명이 이런 증세에 해당됐다.

어린이들의 정서장애는 가급적 빨리 병을 찾아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제때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됨은 물론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가능하다. 그러나 부모·교사 등의 이해 부족으로 때를 놓쳐 ‘문제아’ ‘지진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 병만 키우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특히 소외계층일수록 자녀의 정서장애를 발견하기 힘들고 설사 인지하더라도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양시는 전문기관들과 연계해 장애가 있다고 판정된 993명 중 부모가 치료에 동의한 62명을 무료 치료해 주기로 했다. 바람직한 본보기다.

정부는 시범 조사 대상 학교를 올해 470개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동과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이 평생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사와 치료를 병행하는 ‘고양시 프로그램’이 전국에서 실시돼야 한다. 신체건강을 살피는 검진처럼 성장기의 주요 시점마다 정신건강에 대한 검사도 필수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이웃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ADHD 증세 아이들은 주의가 산만해 집단 따돌림을 받기 십상이다. 자칫 장애 자체보다 따돌림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더 깊을 수 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허물어야 한다. 정신과 치료 기록이 취업, 보험 가입 등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 탓에 쉬쉬하며 아이의 치료를 꺼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우리 아이들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