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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제음악학회를 다녀와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국제음악학회를 다녀와서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곡가나 작품 못지않게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6차 국제음악학회 (IMS) 총회와 심포지엄에 참석한 후 느낀 새삼스런 교훈이다.

5년마다 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IMS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음악학과 인접학문' 이라는 주제를 채택했다.

45개국의 음악관계자 1천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런던 왕립음악원과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학에서 논문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음악학하면 으레 음악사 (音樂史) 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50년대 이후 음악과 관련된 모든 주제로까지 연구대상이 확대되면서 체계적 음악학 (음악사회학.음악심리학.음악미학.음향학) 과 종족음악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학자로는 국제음악심리학회장인 서울대 이석원 교수가 '음악학에 언어학.기호학 모델을 적용할 때의 겪는 어려움' 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고, 뉴욕 컬럼비아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연씨가 자유 발표논문 '리듬연구에서의 심리학적 방법론' 으로 참가했다.

또 재미 음악학자 조정원씨가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와 우연음악 : 독자의 탄생은 청중의 탄생인가' 라는 흥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대회의 쟁점은 전통적 의미의 음악학과 '신 (新) 음악학' 간의 논쟁이었다.

연구대상을 음악 자체에 두는 전통적 음악학과는 달리 '신음악학' 은 인간의 삶과 환경을 중시하며 인접학문간의 연계를 중시하는 편이다.

가령 페미니즘.대중문화.대중음악.인종차별.문화연구.동성애연구.파시즘.멀티미디어 등의 연구 주제가 그것이다.

음악활동의 주체이며 수용자인 인간의 행위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삶의 현장과 연계해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작업들이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의 지적처럼 소장학자들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음악학이 점점 가중되는 음악학자들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학과 다른 학문들이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동반관계로 공존할 때 비로소 다양한 음악학 연구가 시도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승현 교수 <이화여대 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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