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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손님상에 정겨운 향토음식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뭐니뭐니 해도 추석 상차림에 빼놓을 수 없는 송편. '예쁘게 빚는 처녀는 좋은 신랑을 만나고 아낙네는 예쁜 딸을 낳는다' 는 옛말과 함께 팔도 (八道) 어디서나 즐기는 음식이지만 모양 내는 방법엔 엄연히 '지방색' 이 있다.

황해도지방에선 손자국을 내어 크게 만들고 강원도에서는 손가락 모양을 내서 빚으며 평안도원산지방 송편은 모시조개모양이 되도록 뒤를 꼭 눌러 만드는 것. 또 재료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그중 강원도의 감자송편은 약간 거무튀튀해 보여도 뜨거울 때 먹으면 맛은 일품이다.

이때 감자가루의 익반죽은 약간 질게 해야 잘 뭉쳐지고 송편을 빚을 때는 꼭꼭 주물러 빚어야 찐 다음에 터지지 않는다고. 손님상에 낼 송편은 송기.오미자.치자.대추등을 이용하면 자주색.분홍색.노란색.붉은색등의 예쁜 색깔을 낼 수 있다.

오미자나 치자를 우려낸 물로 익반죽해 색송편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므로 초보주부들도 시도해볼 만하다.

전골류로는 신선로가 화려하고 격식있는 서울음식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

사태와 양으로 곰탕을 만들고 고기완자와 전유어.처녑.무우.당근.표고버섯.석이버섯.미나리.은행.호도.잣등 온갖 재료를 모두 담아 끓이는데, 입을 즐겁게 해준다 해서 열구자탕 (悅口資湯) 이라고도 했다.

조선조 연산군 때 산중에 숨어 살며 신선과 같은 생활을 하던 정희랑이란 선비가 화로 비슷한 그릇에 여러가지 채소를 넣어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다양한 재료들이 있는 명절 때 한번 만들어볼 만하다.

반면 경상도 재첩국은 재료는 단순하지만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 때문에 해장국으로도 사랑받는 향토식. 재칩국.재치국이라고도 하는데 낙동강 하구에서 주로 서식하는 작은 조개인 재첩을 깨끗이 씻은 뒤 맹물에 끓여 소금간을 하면 그만이다.

강원도의 오징어순대는 작은 물오징어의 내장을 뺀 후 두부.야채에 갖은 양념을 하여 몸통속에 채워넣고 쪄낸 것. 원래 순대란 가축의 창자 속에 두부.숙주나물.파.표고버섯.고기등을 이겨서 양념하여 넣은 뒤 양쪽 끝을 동여매고 익힌 것으로, 함경도 지방에선 동태순대도 만든다.

맛깔스럽기로 유명한 전라도 음식 중엔 홍어어시욱이 계절의 별미다.

먼저 소금간한 홍어를 2~3일 말리고 대파와 마늘, 생강은 곱게 채썰어 놓는다.

홍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마른 짚을 씻어 물기를 닦아 찜통에 깐 다음 홍어를 올려놓고 채썬 것과 실고추를 얹어 센불에서 잠시 쪄낸 뒤 양념장과 함께 낸다.

된장을 많이 쓰고 죽.수제비.범벅등 호박조리법이 다양한 것은 소박한 충청도음식의 특징. 이중 호박고지산적은 일명 '호박오가리누르미' 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오가리' 란 박.호박.무등의 살을 가늘고 길게 오려 말린 것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이것을 물에 불린 뒤 물기를 빼고 길이로 잘라 소금과 참기름에 무친다.

고기는 양념장에 재워놓았다가 오가리 무친 것과 번갈아가며 꼬치에 끼워 찹쌀가루물을 입힌 뒤 양면을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제주도 양애무침도 색다른 향토식. 양애란 양하라고도 부르는 생강과 식물의 땅속줄기부분으로, 작은 보라빛 양파처럼 생겼다.

이것을 오이생채처럼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거나 산적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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