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쥐·토끼상 낙찰자 알고 보니 중국정부 대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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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청나라의 여름 궁전 원명원(圓明園)에서 유출됐던 쥐(사진·左)와 토끼(右) 머리 청동상 경매가 ‘세기의 웃음거리’가 될 상황에 처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경매 낙찰자가 중국인으로 밝혀졌고,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경매가 무효화될 전망이다. 중국과 프랑스의 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중국의 해외 유출 문물을 되찾자는 운동을 펼쳐온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은 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쥐와 토끼머리 청동상을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 사는 중국인이자 우리 기금의 문물 수장 담당 고문인 차이밍차오(蔡銘超)”라고 발표했다. 차이는 “나는 중국인을 대표해 크리스티 입찰에 참가했으나 낙찰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크리스티의 경매 소식을 듣고) 모든 중국인이 나처럼 행동하고 싶었을 것인데 다행히 내가 낙찰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금은 중국 문화부가 약탈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2002년 설립한 펀드여서 이번 경매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측이 편법을 동원해 경매 활동을 방해했다는 지적에 대해 뉴셴펑(牛憲鋒) 문물기금 부총간사는 “(약탈 문물을 경매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경매를 유찰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금 지급 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찰자가 대금 지급을 거부함에 따라 이번 경매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여 크리스티가 다시 경매를 강행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원명원 유물 경매 당시 익명의 인물이 전화를 걸어 쥐와 토끼 유물을 각각 1400만 유로에 낙찰받았으며 프랑스인이 낙찰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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