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저평가된 주식 계속 매입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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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도 경기 침체의 여파를 비껴가진 못했다. 1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주당순자산(BPS)이 7만530달러로 전년에 비해 9.6% 떨어졌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매년 이 회사 투자자들에게 직접 보내는 서한을 통해서다. 주당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을 발행 주식수로 나눈 것이다.

이는 1965년 버핏이 이 회사를 설립한 뒤 가장 나쁜 실적이다. 2001년 9·11 테러 사태 당시 6.2% 떨어졌던 것을 빼고는 한 번도 주당순자산이 준 적이 없었다. 지난해 4분기 1억1700만 달러의 이익을 내긴 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무려 96%나 감소했다. 이런 순이익 감소세가 5분기째 이어갔다.

버핏은 투자 판단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의 지분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에너지 가격이 그처럼 극적으로 떨어질지 몰랐다”며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로 다시 오른다 해도 최악의 시점에 투자한 만큼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아일랜드 은행 두 곳에 2억4400만 달러를 투자한 것도 실수였다. 아일랜드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이곳에 쏟아부었던 투자금은 지난해 말 2700만 달러로 줄었다. 버핏이 지난 몇 년간 해온 파생상품 투자도 결국 51억 달러의 손실만 남겼다. 2007년 12월 15만165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 회사 주식은 지난달 27일 7만8600달러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버핏은 “저평가된 주식을 계속 매입한다는 기존 전략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채권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긴 했지만 그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으며 현재의 상황도 감당할 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는 “예전엔 컵 단위로 조제했던 경제 처방이 최근 배럴(나무통) 단위로 조제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등 반갑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 구입 요건을 까다롭게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최소한 10%의 계약금과 월 할부금을 자신의 소득에서 지급할 수 있는 경우만 주택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어둡지만 최종적으론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휘청거리는 한 해가 될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지만 모두 잘 이겨냈다”며 “(이번 금융위기 역시) 험난하겠지만 우리 경제 시스템이 이를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포스코 주식 394만7554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에 비해 약 50만 주 증가한 것으로 보유액수 면에서 코카콜라·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에 이어 11번째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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