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우편 인프라]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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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우편서비스에 대한 불평을 자주 듣게 된다.

국내 우편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체국에서는 모두 부지런히 일하는데도 우편서비스가 기대 이하라면 우편업무의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보통신부도 우정사업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을 제정, 일반기업과 비슷한 경영체제의 기반을 마련, 기업 이사회에 해당하는 '우정사업 운영위원회' 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 계획만 확실하게 추진돼도 우정서비스는 개선되지만 도처에 난관이 있다.

우선 이 계획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담고 있다.

우편물의 자동화처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6개의 집중국을 추가로 건설하고 전국적인 전산망을 구축, 우편서비스 관리의 효율을 높이려 한다.

이를 위한 내년도 예산안만 해도 우편집중국 건설에 무려 2천3백84억원이 필요하다.

아무리 정통부가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특례법' 으로 특례규정을 많이 만들었어도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재정경제원의 예산사정 과정에서 심사를 받게 마련이다.

정통부가 확고한 정책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예산확보에 실패하면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이 계획에서는 책임경영제 도입을 위해 우정사업 경영전략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조직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도 정부기구를 변경하는 일이어서 총무처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문제는 재경원과 총무처는 정통부와 다른 '철학' 과 원칙으로 국정에 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말 경제장관 회의에서 21세기 국가과제를 선정하면서 우정부문을 철도와 함께 민영화를 추진할 공공부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민영화로 전환하는 급격한 변화보다 일단 공사화를 추진한 뒤 5년후 민영화로 전환한 독일의 예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21세기에 민영화로 전환할 것이면 우선 공사화를 당장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우정사업을 공사화.민영화해 첨단 물류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체제적 변신을 도모해야만 우정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 책임자나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김영평 교수,고려대 행정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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