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큰 놈 세 마리에 삼만워~언, 봄이 펄떡이는 소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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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18면

도미·광어·도다리·해삼·전복·개불까지 싱싱한 횟감이 즐비합니다. 물 좋은 갈치와 새끼 상어까지 있습니다. 좌판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주말이면 좌판 하나에 매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7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으니 수산시장이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물 좋은’ 항구의 명물, 통영 활어시장

이곳은 경남 통영의 활어시장입니다. 항구 안쪽 골목에 하나둘 좌판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 알려진 명소가 되었습니다. 싱싱한 회를 싼값에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주말이면 300평도 안 되는 골목에 5000명이 다녀갑니다. 대부분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5시간이면 도착합니다.

골목 풍경은 활기찹니다. 익숙한 솜씨로 회를 뜨는 아주머니, 꼬깃꼬깃 쌈짓돈을 건네는 아저씨, 물 좋은 생선을 고르는 서울 할머니, 손님을 부르는 통영 아지매가 만화경처럼 어울립니다. 이곳에서는 양식자연산 따지지 않습니다. 싼것이 미덕입니다. 큼직한 광어 한 마리와 불그레한 도미 한 마리, 우럭 두 마리가 단돈 3만원입니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배불리 먹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제철을 맞춰 가면 바다에서 잡아올린 생선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에는 방어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제 큰 추위는 없다고 합니다. 주말을 맞은 어시장 골목에 봄볕이 따스합니다. 오징어가 물을 뿜고 방어가 펄떡입니다. 오가는 손님들을 향해 아주머니가 외칩니다. “자~아, 싸요 싸. 광어 우럭 방어 큰 놈 세 마리가 삼만워~언.” 저울이 연방 출렁이고 도마를 두드리는 칼 소리가 골목을 울립니다. 들리느니 모두 우울한 이야기지만 봄은 희망을 줍니다. 쪽빛 파도 넘실대는 남도의 항구에는 상큼한 갯내음 가득합니다.

사진·글 통영=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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