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턱밑까지 추격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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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1국>
○·황이중 7단 ●·이세돌 9단

 제9보(118∼137)=중국의 쿵제 7단이 강유택 2단에게 져 1회전에서 탈락했다. 왕시 9단은 두 판을 잘 이겼으나 64강에 오르는 마지막 대국에서 윤준상 7단에게 졌다. 이들은 물론 대국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완전 오픈제’에 ‘64강 상금제’를 사상 최초로 채택한 비씨카드배 월드챔피언십의 풍경이다. 골프로 치면 컷오프를 당한 것인데 그러고도 왕시는 “이 대회가 좋다”고 했다. 아마추어 20명을 포함, 이 대회엔 모두 256명이 참가해 54명이 본선 티켓을 얻었다(이창호·이세돌 등 10명은 시드). 연구생들이 중심이 된 아마추어는 20명 중 5명이 본선에 올라 프로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28일 시작되는 64강전의 상금은 300만원. 아마추어에게도 50%가 지급된다고 한다. 이 판의 황이중 7단도 윤종섭 3단과 김주호 8단을 꺾고 64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승부란 묘한 것이어서 결승에서 진 2등은 고개를 떨어뜨리지만 64강에 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한다.

흑▲의 일격이 다가오자 황이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118에 살아둔다. 이로써 초미의 관심사였던 백A의 붙임수는 영영 사라졌고 백은 결국 122 정도로 만족하게 된다. 흑은 분명 엷었다. 사방이 풍성한 백에 비해 집이 불어날 곳도 없어 보였다. 말하자면 흑의 땅은 척박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좌변 흑이 미생인 상태에서도 하변을 제대로 키워 둥근 빵처럼 부풀려 놓았다. 황이중은 낙관하면서 일면 겁을 먹고 있었고 그 심리를 읽은 이세돌은 줄기차게 추격하여 드디어 백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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