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 닦은’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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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 옛 모습 그대로 귀환’ (뉴욕 타임스)

‘타이거, 다시 솟구쳐 오르다’(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253일 만에 돌아온 골프 황제는 더욱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난초를 그리듯 흔들리던 드라이브샷이 한결 안정됐고, 퍼팅과 쇼트게임은 오랜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정교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 골프장(파72·7833야드)에서 개막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라운드. 무릎 수술 이후 8개월 만에 복귀한 타이거 우즈(34)는 브렌든 존스(호주·세계랭킹 64위)를 3홀 차로 꺾고 2회전(32강)에 진출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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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레티프 구센을 꺾고 올라온 팀 클라크(이상 남아공)와 2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황제의 귀환을 알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흰색 모자에 하늘색 상의를 입고 나온 우즈는 1번 홀(파4)부터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터뜨리며 복귀를 자축했다. 수천여 명의 갤러리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는 심장을 꺼내놓은 사람 같았다. 왼쪽 무릎 통증에서 벗어난 것을 과시하듯 맘껏 드라이버를 휘둘렀고, 공은 페어웨이 가운데를 가르더니 301야드 지점에서 멈춰 섰다. 8번 아이언으로 한 두 번째 샷은 홀에서 1.8m 거리에 떨어졌고, 우즈는 손쉽게 첫 버디를 잡아냈다.

2번 홀(파5)에선 드라이브샷으로 페어웨이를 가른 뒤 두 번째 샷 만에 홀 90㎝ 거리에 공을 멈춰 세우며 존스의 컨시드(이글)를 이끌어냈다. 2업(UP), 승부는 사실상 그걸로 끝이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날 우즈의 모습에서 신비함과 아우라(aura)가 퍼져 나왔다”고 표현했다.

우즈는 이날 12차례의 드라이브샷 가운데 8번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대에 머물렀던 페어웨이 안착률이 이날은 67%나 됐다. 16개 홀에서 1퍼트가 5차례, 2퍼트가 8차례. 3퍼트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2m 내외의 퍼팅을 놓치지 않고 쏙쏙 집어넣었다. 우즈가 왜 ‘골프 황제’인지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날이었다.

우즈는 “1, 2번 홀에서 이상적인 출발을 하면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 몇 차례 아이언 실수가 있었지만 오늘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회전에서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경주(세계 20위)와 앤서니 김(세계 11위·이상 나이키골프)의 만남은 무산됐다. 앤서니 김이 린원탕(대만)에게 한 홀도 내주지 않고 7홀 차의 압승을 거둔 반면 최경주는 한 수 아래의 올리버 윌슨(영국·세계 45위)에게 3홀 차로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세계 2위)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세계 4위)도 첫판에서 각각 칼 슈바르첼(남아공)과 팻 페레스(미국)에게 져 탈락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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