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크슛·포스트업 터닝슛까지 척척…하승진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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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승진(24· KCC·사진)의 전성시대가 드디어 시작됐다.

2m21㎝로 국내 최장신인 하승진은 25일 KT&G전에서 23득점·15리바운드를 뽑아냈다. 그의 상대가 외국인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위력이다. 이제 하승진을 보는 시각은 경이로움이다. 이상범 KT&G 감독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남기 국가대표 감독은 “하승진의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전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그만큼 좋아졌다. 그가 코트에 나오면 KT&G는 골밑 공격을 시도조차 못하고 외곽을 맴돌았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하승진은 국내농구 적응에 힘겨워했다. 심리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유투 성공률이 1라운드 27%(25개 중 7개)에 그쳤다. KCC는 하승진의 느린 발 때문에 모비스·KT&G 등 빠른 팀과의 경기에서 애를 먹었다.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농구(NBA) 출신(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고, 고교 3학년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화려한 이력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승진이 좋아진 것은 서장훈(전자랜드)의 이적 후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면서부터였다. 경기 감각을 찾았고 실력이 급상승했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경쟁력이 생겼다. 리바운드에 이은 덩크슛, 포스트업 등 득점력이 좋아졌다. 180도 터닝 훅 슛까지 구사하고 있다. 25일 경기에서는 약점이던 자유투 불안도 없었다. 7개를 시도해 5개나 성공(71%)했다. 나쁜 습관도 뜯어고쳤다. 하승진은 골밑에서 공을 허리 아래로 내린 뒤 슛을 시도했다. 그러다 김승현·주희정같이 작고 빠른 가드들에게 스틸을 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을 항상 머리 위쪽에서 다룬다.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옥상’이다.

하승진의 삼일상고 1년 선배인 양희종(25·KT&G)은 “이전까지 승진이가 제일 잘했던 경기는 2003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아르헨티나 경기였다. 하지만 25일 경기에서는 그 이상으로 잘했다. 매 경기 쑥쑥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하승진은 다음 시즌이 되면 한 경기 20득점·20리바운드를 잡아낼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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