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함지훈 1쿼터부터 출격 … ‘동부전선’ 뚫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모비스의 포워드 함지훈(25·1m98㎝·사진)이 1쿼터 중반부터 코트에 나설 준비를 하자 울산 동천체육관이 술렁거렸다. ‘2~3쿼터의 사나이’로 불리는 함지훈이 예상보다 일찍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26일 울산에서 열린 동부와의 경기에서 1쿼터 중반에 함지훈을 내보냈다. 유 감독의 ‘함지훈 카드’는 적중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동부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 저스틴 앨런은 1쿼터부터 기대에 못 미친 반면 함지훈은 코트에 나서자마자 공격에서 맹활약하며 동부와의 점수 차를 벌려 갔다. 함지훈은 이날 17득점·9리바운드·3도움을 기록했다.

모비스는 1쿼터를 23-12로 크게 앞선 채 끝냈다. 2쿼터 역시 34-23으로 리드하면서 점수 차를 그대로 지켰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모비스는 결국 선두 동부를 66-57로 쉽게 물리쳤다.

함지훈은 공격에 성공하거나 수비에 실패해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선수다. 결정적인 슛을 터뜨려도 오버액션 한 번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지훈은 마치 상대 수비를 갖고 놀듯 영리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흥분시킨다. 울산 홈 팬들이 함지훈의 플레이에 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당연하다. 이날 1쿼터부터 시작된 함지훈의 ‘쇼 타임’ 역시 그랬다. 1쿼터 6분18초에 코트로 들어간 함지훈은 1쿼터 종료 1분 전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그는 동부의 장신숲 사이에서 절묘한 스텝을 이용한 페인트 모션 두 차례로 수비를 하나씩 따돌리고 손쉽게 골밑슛을 넣었다.

첫 득점 이후 연속 두 차례의 어시스트도 돋보였다. 공격 진영으로 드리블하다가 동료 저스틴 보웬을 쳐다보며 바로 옆의 브라이언 던스톤에게 패스했다. 특급 포인트가드 뺨치는 어시스트였다. 그는 1쿼터 종료 4초 전에는 외곽에서 안쪽으로 달려들어가는 김효범에게 순식간에 패스를 찔러줘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함지훈은 2쿼터 5분 동부의 수비가 골밑으로 몰리자 노마크 찬스에서 3점슛까지 성공시켰다. 반면 동부 김주성은 9점에 그쳤다.

동부는 3쿼터에 모비스의 수비가 골밑으로 몰리자 연속으로 외곽슛을 터뜨려 37-37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모비스 던스톤(25점·6블록)과 천대현(10점)의 과감한 공격을 막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2위 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선두 동부를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정규리그 남은 경기는 10게임. 게다가 동부는 발목을 다친 웬델 화이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앨런이 무득점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정규리그 우승컵도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됐다.

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