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학자 학술회의]3者대표 기조연설… 백영철·김철식·송두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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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영철 남한대표단장

남북한의 신뢰구축은 공존과 평화를 위한 중요한 기초다.

이를 토대로 상호협력.평화구축.통일의 단계로 발전해가야 한다.

남북관계를 갈등적 공존관계에서 협력적 공존관계로 변전시키기 위해 언어폭력과 상호비방의 중지가 필요하다.

남북한은 전쟁회피의 '소극적 평화' 를 넘어 상호 협력하는 '적극적 평화' 를 추구해야 한다.

상호 체제인정, 무력포기와 평화주의, 남북한 합의와 유관국가 보장이라는 3단계를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심기조로 삼아야 한다.

남북이 경협을 통해 구조적 보완관계를 구축, 민족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경제권역을 이뤄나갈 수 있다.

북한의 식량문제 절박성을 고려,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시급히 대북 (對北) 식량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남북한 당국 관계의 회복과 정상화는 평화.통일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최고당국자간의 회담에 관한 합의를 조속히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

(건국대 교수)

* 김철식 북한대표단장

올해는 조국통일 3대원칙을 내외에 천명한 7.4 공동성명 발표 25돌이 되는 해다.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은 민족공동의 통일헌장이며 조국통일이라는 집을 짓는 초석이다.

지금 내외정세는 냉전종식으로 안정되고 평화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지고 소란스러워졌다.

한반도에도 평화와 통일의 앞길에 장애물이 중첩되고 있다.

외세의 지배와 간섭정책이 주된 원인이다.

마치 주권을 빼앗긴 구한말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힘에 의거해 민족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외세에 의존하는 것이 망국.망족의 길이라는 것은 민족사가 남긴 뼈저린 교훈이다.

이번 통일토론회가 서로를 더 잘 알고 가깝게 하며, 견해차이는 좁히거나 뒤로 미루고 공통점을 찾아 통일의 디딤돌을 착실히 쌓아가는 의의있는 회합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과학원 제1부원장)

*송두율 해외대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화 (中華) 주의와 일본주의가 충돌하는 길목에 위치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오늘날 하나의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노력도 동북아의 특수한 구조 때문에 독일 통일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강대국들은 통일된 한반도보다 분단된 한반도의 관리에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밑으로부터 분출되는 민족의 욕구를 묶어갈 우리 민족의 주체 역량은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

문제는 남북으로 갈라진 역량을 하나로 묶는 계기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과 이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지도력의 결핍에 있다.

남북을 아우르는 '학문공동체' 의 형성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의 땅 위에서가 아니라 민족분단의 고통과 희망이 서려 있는 우리 땅 위에서의 만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독일 훔볼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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