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검사실에 불 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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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현직 경찰관이 담당 검사실에 침입해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전주지검은 24일 검찰청사에 몰래 들어가 불을 지른 혐의(공용건조물 방화)로 전주 덕진경찰서 김모(43) 경사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경사는 15일 오후 10시쯤 전주시 덕진동 전주지검 2층 하모 검사실에 들어가 복사용지를 뭉쳐 불을 붙였다. 불은 소파·법전 등을 태운 뒤 이중창이 설치된 검사실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몇 시간 뒤 저절로 꺼졌다. 화재 현장은 다음 날인 16일 오전 6시 청소하러 나온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서류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오전 2시20분쯤 경보기가 울렸으나 본관 당직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 3명은 화재 현장을 확인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실내에 불빛이 없는 데다 평소에도 경보기가 오작동한 경우가 있어 직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경사가 야산에 인접한 검찰청사 신관의 담장을 뛰어넘어 빈 검사실의 창문을 뜯고 침입한 뒤 복도를 통해 하 검사 방의 열쇠를 따고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라이터의 부싯돌에서 채취한 피부 각질이 김 경사의 DNA와 일치한 것을 근거로 21일 밤 김 경사를 붙잡았다. 그러나 김 경사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근무하던 지난해 9월 PC방 사기사건을 갈취 사건으로 꾸며 조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구속 기소됐다가 한 달 뒤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김 경사는 2007년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씨에게서 “최모씨 등의 꾐에 빠져 성인PC방에 4400만원을 투자해 날렸다. 돈을 찾을 길이 없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김 경사는 “최씨 등에게 협박받아 갈취를 당했다”고 허위 진술하도록 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에 따라 수사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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