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병역문제로 마음고생 겪은 이회창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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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는 요즘 여당 후보로서 하루 3~4개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대선 마라톤을 열심히 뛰고 있다.

그는 아들병역문제에 대해선 "송구스러움을 밝혔으며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다" (22일 외신기자회견) 며 담담한 표정이다.

여러 징후로 볼 때 그는 옆을 돌아보지 않고 대선승부를 향해 돌진하겠다고 마음을 붙들어 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 오기까지 그의 마음은 아들문제로 인해 심각한 고뇌의 행로 (行路) 를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최근 아주 가까운 인사에게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했으며 한때 후보사퇴까지 생각이 미쳤다" 는 심경의 궤적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의 고민이 심연 (深淵)에 다다랐던 것은 대국민유감표명 (8월3일) 으로도 비판의 비바람이 그치지 않고 여권 일각에서 후보교체론이 등장했을 때다.

그는 밤에 몸을 뒤척이면서 옆에 누워있는 아내의 등을 바라보며 "혹시 이 사람이 나몰래 자식을 군대보내지 않으려고 무슨 일을 한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까지 품었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李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여러날 고민하다가 李대표는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4.11총선전 정계에 뛰어들고 그후 경선에 출마했던 심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후보를 사퇴하면 당은 어찌되고 나라는 어떻게 되는가" 라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고 그 인사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李대표는 고민의 터널을 거치면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아들 현철 (賢哲) 씨 문제로 '하야' 얘기까지 듣게 되었을 때 아버지로서 얼마나 고뇌했을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이런 심경을 핵심측근에게도 비췄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 21일 청와대 주례회동때 李대표는 金대통령에게 이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고위소식통은 "金대통령이 李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데는 이런 교감이 작용했을 것" 이라고 해석했다.

李대표의 심경은 그가 그렇다고 털어놓은 것이어서 진실여부는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관측으로 볼 때 아들병역문제가 그의 62년 평생에서 최악의 번뇌인 것 만큼은 틀림없는 것같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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