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자국 산업만 지키려는 보호무역, 세계 경제엔 ‘독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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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자국 산업 보호와 국내 고용 확산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보호무역 조치들이 세계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보호무역의 의미와 찬반 논란 등을 공부한다.

◆보호무역이란=무역이란 국가 간에 이뤄지는 거래를 의미한다. 국가가 나서서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호무역이라 한다.

관세는 수입품에 세금을 매겨 가격을 올림으로써 소비량을 줄이고 수입 감소를 유도한다. 하지만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부르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재를 받게 돼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이 밖에는 국가가 수입품의 양을 직접 제한하는 수량제한 조치, 자국 수출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수출보조금 지급, 정부가 허가한 품목에 한해 수입하는 수입허가제 등이 있다. 최근에는 환경이나 안전 등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해 수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보호무역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산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선진국과의 경쟁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여파=현실에서는 오히려 선진국이 보호무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으로 캐나다와 유럽을 발끈하게 만든 미국이나, 중국산 나사와 볼트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유럽연합(EU) 소속 국가의 낙농가에는 수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EU는 세계 최고의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 다.

1930년 경제 대공황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서 시작됐다. 후버 대통령(재임 1929~33)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관세를 평균 20% 올리는 ‘스무트-홀리법’을 채택했다. 불만을 품은 교역국들이 앞다퉈 관세를 올렸다. 보복관세로 세계 무역액은 1930년 49억 달러에서 2년 만에 21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의 실업률은1930년 9%에서 1931년 16%, 1932년에는 25%까지 급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파국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무역량이 줄면 당장 돈줄이 막히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자동차·철강·조선·반도체 수출로 경제 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의 위기감은 더하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1월 한 달 동안 3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위기 극복 방안=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는 “선진국들이 자신들은 높은 관세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해 경제적인 패권을 장악한 뒤 다른 나라에는 자유무역을 권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이 유치산업을 발전시킬 기회를 빼앗는다는 비판이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 수준이 급격히 향상된 국가들은 하나같이 대외지향적이며 자유무역을 따랐다”고 강조한다. 국제 경제 환경이 전과 달리 상호의존적이며 긴밀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경제적 국수주의에 빠져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채지윤 금융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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