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평균 가장 김보통씨네 1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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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 수요자’인 국민 개개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통계청의 2인 이상 도시가구 가계동향 조사(지난해 9월 기준) 등 각종 통계를 근거로 ‘대한민국 평균 가장’ 김보통(47·가상 인물)씨네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다. 고졸 학력으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씨네 가족은 부인과 아이까지 셋이다.

김씨는 지난해 월평균 350만원을 벌었다. 노무현 정부 끝 무렵이었던 2007년 331만원에 비해 19만원 정도 더 번 셈이다. 이렇게 버는 돈은 늘어났지만 김씨네 씀씀이는 함께 커지지 못했다. 이들 가족은 2007년엔 매달 269만9000원 정도를 썼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월 286만6000원을 써 지출액이 16만7000원 정도 늘었다. 그러나 이런 소비 추세는 4분기 분을 합치면 그 전해 평균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실질민간소비증감률이 -4.8%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덜 꾸미고, 더 가르치고=지난해 김씨네는 ‘멋내기 지출’을 줄였다. 이들 가족은 지난해 1분기에는 ▶이·미용 비용 6만6850원 ▶의류 구입 비용 13만2850원 ▶액세서리 구입 비용 1만8100원을 썼다. 그러나 3분기에는 이들 항목에 각각 5만6980원, 10만3868원, 1만4140원을 썼다. 모두 4만2000원 정도를 아낀 셈이다. 반면 사교육비 지출액은 오히려 늘어 갔다. 지난해 1분기에는 15만572원을 썼지만 3분기에는 16만5331원을 썼다.

◆감세 혜택은 “글쎄…”=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작은 정부, 큰 시장’을 표방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감세 정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씨네는 지난해 각종 세금으로 1314만원(기획재정부 통계 1인 평균 세금 438만원)을 냈다. 2007년 1269만원에 비해 늘어난 액수다.

또 김씨네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유류세 환급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김씨의 59.4㎡(약 18평)형 아파트는 애당초 종부세 부과 대상(6억원 이상)이 아니었다. 연봉 4200만원으로 유류세 환급 대상(근로자 3600만원, 자영업자 2400만원 이하)에도 들지 못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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