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진흥기구 만들어 책 만들기, 읽기 북돋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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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책이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돌베개’에서 펴내는 책은 첫눈에 단단하다는 인상을 준다. 『전태일 평전』(1983),『백범일지』(1997),『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98) 등 돌베개의 간판 책들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밀착한 주제를 꼼꼼하게 편집해낸 ‘돌’고집이 엿보인다. 지난 26년간 ‘깐깐하게’ 책을 만들어온 한철희 대표(52·사진)를 닮은 책들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20일 국내 350여 단행본 출판사들의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임기 2년의 제 6대 회장이다. 한 회장은 “책을 만들 때에는 외형뿐만 아니라 알찬 내용과 완성도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이 원칙이었다”며 “출판인회의 회장직도 그런 자세로 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어려운 때 출판인회의를 맡게 됐는데.

“출판인회의가 출범한 것도 1998년 IMF의 위기 상황에서였다. 우연하게 10여 년 만에 사회 전체적으로 미증유의 경제 난세에 책임이 막중한 자리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 “

-추진해야 할 현안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을 꼽는다면.

“올해 출판진흥기구를 설립하는 일이다. 현재 출판과 관련된 기구로는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주로 유해 출판물 심의 등 규제를 맡아온 전근대적인 기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출판산업을 진흥하고 장려하는 일관된 정책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출판진흥기구의 필요성을 논의해왔다. 지난 19일 공청회가 열린 만큼 곧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출판진흥기구 설립이 왜 중요한가.

“출판은 문화 콘텐트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그 문화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전체 문화산업에서 출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매출액 기준)이 35%다. 종사자 비율 대비로는 40%다. 반면 출판산업에 대한 지원비율은 전체 문화산업 대비 10%도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양서 출판을 지원하고, 독서캠페인을 밀어주고, 도서관운영을 활성화하는 출판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

-출판계 내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출판 인력 양성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책은 ‘인력’이 핵심인 산업분야다. 그동안 출판인회의는 SBI(서울북인스티튜트), 서울출판예비학교에서 출판인을 양성하고 훈련해왔는데 아직도 이 분야에는 유능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 지원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출판인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이제는 ‘종이책’을 넘어서 출판 콘텐트의 다양화를 염두에 두고 스스로 ‘콘텐트 기획자’라 여겨야 한다. 이밖에 도서 유통의 제도적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

한 회장은 “출판인에게 독자는 항상 고마움과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책을 꼼꼼하게 읽고, 엽서를 보내며 ‘흔들림없이 좋은 책 내 줘서 고맙다’고 격려해주는 독자들이 적잖다”며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독자와의 소통과 유대를 위해 출판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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