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강산에 등 옴니버스형식 첫 공동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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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우리 대중음악의 다음 세기를 짊어지고 나갈 젊고 참신한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창완.강산에.이상은부터 원일.황신혜밴드.어어부밴드.황보령.장영규등 중견에서 신인까지 다양하게 포진한 일군의 음악인들이 그룹 '도시락 (圖詩樂)' 을 결성하고 옴니버스 형식의 첫 공동앨범 '도시락 특공대' 를 냈다.

라인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오버 (제도권) 와 언더를 오가며 상당히 자유스럽게 음악을 펼치는 인물들이다.

몇몇은 오버 생활을 통해 가요계의 상업적 속성을 충분히 경험한 전업 음악인들이고 몇몇은 오버.언더의 이분법이 무의미하거나 작위적이라 생각하는 음악적 아나키스트들이다.

그런 이들이 만든 앨범이기에 형식과 발언에서 자유로운 기운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끊임없이 화제를 일으키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품으면서도 정작 음반을 살 기회는 갖지 못한 일반인들에게 한번에 요점 정리 패키지 서비스를 해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대중성도 느껴지는 앨범이다.

철저한 자유창작과 수익금 공동관리등 인디레이블에 준하는 운영방식을 도입한 '도시락' 패들은 이 음반이 자기선언과 대중과의 집단미팅 두 과제를 동시에 모색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자평한다.

레퍼토리는 그룹과 솔로등 모두 9팀의 자작곡과 2개의 즉흥연주 트랙을 합쳐 모두 11곡. 이중 '그땐 좋았지' 에서 느껴지는 김창완의 여유로움, '코미디' 에서 꿈틀대는 강산에의 호소력은 그들의 이력을 볼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신인들이 부른 노래들로 귀를 돌리면, 그 발상의 자유스러움과 다양함에 절로 웃음이 배어 나온다.

첫번째로 수록된 황신혜밴드의 '밥중독' . "먹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먹는다" 는 위선적인 세상 논리를, "밥먹자/밥먹자/밥먹고 하자" 는 능청맞은 '약장수 리듬' 으로 돌려 찌른다.

국내 초유의 뉴웨이브밴드 '도마뱀' 의 멤버였으며 어어부밴드 동인으로도 활동중인 장영규의 '날으는 코끼리를 업은 저명한 이안박사' 도 귀기울여 볼만하다.

"풍선으로 코끼리 모양을 만들어 진짜 코끼리 앞에 세워놓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식의 한가한 발상을 하는 배부른 지식인을 조롱하는 내용인데 뉴웨이브 원조그룹 '듀란듀란' 처럼 능글맞은 음색의 보컬이 풍자의 분위기를 한껏 돋군다.

록의 여전사 (女戰士) 황보령이 부른 '외발비둘기' 는 넘치는 힘과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함이 동시에 들어있다.

'도시락' 패들은 다음달 27.28일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 (02 - 761 - 9193) 도 갖는다.

함께 연습하는 기간은 딱 3일. 하지만 평소 틈만나면 홍대앞 카페에 둘러앉아 "아주 옛날에 지금은 사라진 아틀란티스대륙만큼 큰 뮤 대륙이 있었지…" 같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이들이라서 그들의 음악적 교감에는 그리 걱정을 않아도 될 듯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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