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특목고’ 매그넷 고교 … 높은 진학률에 주변 집값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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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명문 프린스턴 대학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뉴저지주의 프린스턴 고등학교는 지난달 발표된 2007~2008년 교육 평가 결과 울상을 지었다. 10년 전에 비해 독해와 수학 분야의 수학 능력 평가(SAT) 평균 점수가 100점가량 올랐지만 주내 순위는 4위에서 10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9위는 모두 미국의 특수 공립학교인 매그넷 고등학교가 차지했다.

1980년대 흑백 인종 간 교육 장벽을 허물기 위해 세워졌던 매그넷 고교가 미국 뉴저지주의 교육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보도했다. 뉴저지주의 유니언 카운티 매그넷 고교의 독해·수학·논술의 SAT 평균 점수는 2000점에 육박했다. 2400점이 만점인 SAT의 미국 전체 평균 점수는 1500점대다. NYT는 “매그넷 고교가 높은 SAT 점수·대학 진학률을 보이면서 주변 집값까지 상승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60년대 흑백차별금지법을 만들면서 교육 분야의 인종 장벽을 깨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흑인 학생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기도 하고, 흑백 접점 지역에 학교를 짓기도 했다. 그런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80년대 교육가 놀란 에스테드가 본격적으로 매그넷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지역별로 학생을 모집했던 당시 입학 관행을 깨고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선진 교육 방식을 끌어들였다. 영국의 자유로운 학풍을 본받아 학급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수업에 들어가도록 했다. 수학·과학·미술·음악 등 특수 분야에 집중했고 교육 목표는 대학 진학에 맞췄다. 또한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되는 과목을 학생들이 미리 들을 수 있는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교육 시설 투자도 꾸준히 늘렸다. 코네티컷주의 한 매그넷 고교는 최근 시설 투자 명목으로 모든 학생에게 노트북을 나눠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매그넷 고교가 학생들을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서로 들어가려는 경쟁 현상이 나타났다.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는 이 학교는 입시 경쟁을 이용해 더욱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 ‘자석’을 뜻하는 ‘매그넷’이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학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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