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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주총서 목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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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주총회 거수기’란 말을 들을 정도로 조심스럽던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주주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의 의결권 행사 공시에 따르면 소디프신소재와 영풍정밀, 세방전지가 경영진 교체 등과 관련해 일부 자산운용사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우선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경영권 향방을 놓고 26일 열리는 소디프신소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동양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 GS자산운용이 임시 의장 및 이사 선임·해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는 2대 주주인 현 경영진을 지지한 것으로 1대 주주인 동양제철화학에 반기를 든 것이다. 또 1대 주주 손을 들어준 미래에셋운용과 삼성투신운용, 하나UBS운용, 피닉스자산운용의 경영진 교체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동양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은 각각 0.05%, GS자산운용은 0.14%의 소디프신소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비율이 낮지만 주총의 대세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신영투신운용과 플러스자산운용은 27일 열리는 영풍정밀의 주주총회 2-4 의안인 이사 선임 건에 대해, 칸서스자산운용은 세방전지의 24일 주주총회 3호 의안인 이사 선임 건에 대해 각각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신영투신과 플러스운용은 각각 영풍정밀의 지분 8.44%·1.14%, 칸서스운용은 세방전지 지분 0.18%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에이치앤씨생명보험은 27일 열리는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등의 모든 안건에 대해 중립 의사를 제시했다. 대개 기관투자가들이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점에 비춰볼 때 이 역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2007년 운용사들의 주주총회 평균 찬성률이 97%인 데 비해 반대율은 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2월 제시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과 배당 문제 등이 운용사들의 주주권 행사에 변화를 몰고 온 요인으로 보고 있다. 운용사들은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존중해 주식운용본부장 선에서 결정되던 의결권 행사 방식을 올해부터는 종목 애널리스트 의견을 반영하고, 여러 본부장과 준법감시인 합의를 거치도록 바꿨다.

또 주가 폭락으로 펀드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바람에 배당금으로 펀드 수익률을 일정 부분 보전해야 하는 운용사의 절박한 사정도 무시못할 변화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반해 상장사들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배당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어서 배당금 규모를 놓고 한 차례 격돌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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