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교민자녀 눈부신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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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몸에 점이 많다' 는 특성을 설명하는데 어른들이 점이라는 영어단어를 몰라 쩔쩔매고 있어 'freckles' 라고 가르쳐 줬을 때가 가장 기뻤어요. " 대한항공 801편 참사 수습과정에 현지교민 청소년 자녀들의 자원봉사활동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여행사를 하는 아버지 홍종선 (洪鍾善.45) 씨가 괌에 이민한 해인 82년 태어난 희진 (喜眞.15.아카데미여고 1) 양은 "서류 번역업무는 모두 나와 친구들의 몫이 됐다" 며 수줍게 웃었다.

그녀는 사고 3일째인 8일 TV에서 가족들을 잃고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를 졸라 유가족대책본부에 나왔다.

주로 이민경력 15년 이상의 이민 1세대 자녀들인 이들은 대부분 괌에서 태어난 뒤 줄곧 미국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났지만 또렷한 한국말로 유가족 지원업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은 사고 다음날부터 하루 10여명씩 유가족지원대책본부가 마련된 퍼시픽스타호텔에 나와 오전9시부터 오후9~10시까지 살다시피하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학생들이 맡은 일은 속옷.음식등 생필품 나르기에서부터 통역.안내.서류 영어번역 업무등 다양한 역할. 특히 유가족들의 편의를 돕기 위한 통역과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해 신체적 특성을 기록하는등의 서류번역 일은 부모들보다 훨씬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진 이들의 몫이었다.

희진양과 함께 통역은 물론 어른들의 잔심부름으로 바삐 뛰어다니고 있던 친구 전혜연 (15.아카데미여고 1) 양은 "학교에서 배운 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이번에 나의 조그만 역할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고 말했다.

"매주 하루씩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서 한국어.역사등을 공부한다" 고 했지만 이들의 우리말은 전혀 막힘이 없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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