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남 최대 高地性 청동기 취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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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경기도 동학산 청동기 유적 항공촬영사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석우리 동학산에서 지금까지 한강 이남에서 조사된 것으로는 최대 규모인 청동기시대 '고지성(高地性) 취락' 유적이 확인됐다. 고지성 취락은 야트막한 산이나 구릉 등 고지대에 조성된 마을 유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확장 예정지 내 동학산 유적을 발굴조사 중인 기전문화재연구원(원장 장경호)은 15일 동학산 구릉지대에서 청동기시대 전.후기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취락유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동기 유적은 해발 100m 이상에서 집중 발견됐으며 청동기시대 집터 50곳과, 3중 환호(環濠.마을의 경계표시나 방어를 위해 판 도랑) 와 함께 용도를 알수 없는 구덩이 24곳 등이 확인됐다. 전체 유적 규모는 남북으로 약 320m에 달하는 광범위한 면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단은 특히 '3중 환호'에 주목하고 있다. 김무중 책임조사원은 "경계와 함께 방어시설의 의미를 갖는 환호를 세 겹까지 둘렀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히 보호해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라며 "반송리 유적 등 주변 소규모 취락과 연계된 중심마을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두번째로 용범(鎔范.동기를 제작하는 주물 틀)이 발견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김 책임조사원은 "이번 발굴로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지연되거나 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올 초 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적 전략사업인 만큼 이른 시일 내 조사를 하는 등 협조하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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