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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잡아라]가전제품·컴퓨터등 병행수입제 도입후 A/S 피해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몇달전 애플컴퓨터 (맥킨토시 9500) 를 구입한 회사원 金모씨는 요즘 여간 속이 상하지 않는다.

주기판이 고장났는데 수리가 안돼 2백30만원이나 주고 산 컴퓨터에 먼지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컴퓨터를 산 가게는 문을 닫아버렸고 애플컴퓨터를 취급하는 다른 점포는 수리를 거부했다.

애플컴퓨터의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엘렉스컴퓨터의 애프터서비스센터는 수리비를 내겠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본사 지정수입업체를 통한 수입품이 아니란 것이 이유였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애플컴퓨터 전문 수리업체 라인기술에는 월평균 70~80건의 수리신고가 들어오는데 이중 10여건은 수리 자체를 거부당한다.

라인의 김진광사장은 "엘렉스컴퓨터와 협약이 맺어져 이곳을 통한 공식 수입품이 아니면 수리를 해주지 못한다" 고 설명했다.

엘렉스의 이상훈 홍보담당자도 "병행수입품까지 우리가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병행수입이 허용된 이후 이런 부작용으로 골탕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 체제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수입.판매하는 일부 병행수입업자 때문이다.

때문에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병행수입제는 제조업체.딜러와 독점계약을 맺은 수입업자뿐 아니라 일반 업체들도 현지에서 물건을 조달, 국내에 들여와 팔 수 있도록 한 제도. 정부는 독점 수입으로 인한 수입품의 바가지 가격을 막기 위해 이를 허용했다.

실제로 이 제도 도입이후 골프채.컴퓨터.TV.청바지등의 수입이 늘면서 가격도 상당폭 떨어졌다.

그러나 애프터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역기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 것. 소비자단체등에 가장 신고가 가장 많은 품목은 컴퓨터.TV등 전자제품. 애플의 경우 선명코포레이션.남광컴퓨터등 5~6개의 병행수입업체들이 어림잡아 4만여대를 수입.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문 애프터서비스 요원없이 판매되고 있다.

저가 공세로 올초 엄청나게 팔린 소니TV도 비슷한 케이스. 경기도 양평에 사는 李모씨는 지난 4월 34인치 소니TV를 구입했으나 고장때문에 두달이상 고생을 했다.

수입업체는 파산한터라 판매점에 수리를 요구했으나 무려 25만원이나 수리비를 내야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의 중재로 판매점에서 수리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그동안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소니 지사인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 외에 소니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병행수입업자는 10여개사. 이중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애프터서비스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골프채.스키장비등도 애프터서비스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다 보니 수입.판매 물량이 많아 애프터서비스가 심각한 문제가 될 정도가 되면 아예 상호와 전화번호를 바꿔버리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품질보증서 (국제 또는 국내 보증서) 를 받고,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판매업체 파산등에 대비, 어느 곳에 가면 보증수리가 되는지를 미리 파악해 놓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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