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李대표에 "당주도권부터 잡아라"훈수둔듯…아들 병역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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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이회창 신한국당대표로부터 주례회동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李대표가 도와 달라고 간청했고, 金대통령은 자기일처럼 밀어주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 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은 국면 타개의 노하우를 李대표에게 "전수했을 것" 이라는게 청와대의 관측이다.

청와대는 李대표쪽 못지 않게 요즘의 상황전개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

李대표의 아들 병역문제, 조순 (趙淳) 서울시장 출마, 李대표의 지지율 하락으로 金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구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집권당 후보가 이처럼 수세에 몰린 것은 전례없다" 면서 "金대통령은 새로운 대선구도에서 나타날 여러 경우의 수를 심각히 따져가며 집권당 총재로서 타개책을 구상하고 있다" 고 전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훈수 (訓手)에도 한계가 있다" 면서 李대표의 움직임과 자세를 답답해 하고 있다.

우선 경쟁자였던 이한동 (李漢東) 의원.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에 대한 포용.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92년 전당대회후 여권에서 압도적 주도권을 잡았지만 반대편의 이종찬 (李鍾贊) 의원.박태준 (朴泰俊) 최고위원에게 찾아가 끌어 안으려는 '낮은 자세' 를 보였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이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등 민주계에 李대표를 도우라고 내린 '특명' 에도 한계가 있으며, 李대표가 좀 더 당의 단합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李대표의 아들병역 문제는 논리로 설득하는 단계를 넘어 국민들이 정서로 거부감을 갖는 쪽으로 악화됐는데 "법대로 설명하려는 미련을 李대표가 갖고 있는 것같다" 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런 李대표의 자세가 얕잡아 보였기 때문에 趙시장이 출마했다고 청와대는 분석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아들 병역문제.趙시장 출마문제는 그대로 굴러가게 해 대처하고, 민생.정책 현장에서 李대표가 좀더 인상깊은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당쪽에 주문하고 있다.

이날 李대표가 기아자동차를 방문한 것도 이런 전략 수정과 관련이 있지만 청와대는 경제논리가 훼손될까 걱정한다.

또 다른 당국자는 "李대표의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면 당의 단합속도가 빠르고, 내려가면 그 반대일 것" 이라면서 "이 문제는 결국 李대표의 역량에 달린 것" 이라고 강조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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