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대신 '명예 + 120만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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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인 영국 출신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 리(49) 미 MIT 교수가 인터넷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120만달러(약 14억원)에 달하는 상금을 받았다.

14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은 핀란드의 '테크놀로지 어워드 재단'이 이날 기술상 상금 액수로 세계 최대인 '제1회 밀레니엄 기술상'을 버너스 리에게 주었다고 보도했다. 이 상은 핀란드 정부의 지원과 개인 기부 등으로 운영된다.

기술상 심사위 측은 "만약 버너스 리가 www 기술을 세상 사람들에게 공짜로 사용토록 하지 않고 특허로 묶어 놓았다면 인터넷 세상은 지금처럼 활짝 피지 못했을 것"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버너스 리는 수상 소감으로 "굉장히 기쁘다"고만 짧게 말했다.

만약 그가 특허 등록을 했더라면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야후의 제리 양, e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아르 같은 인터넷 거부(巨富)는 애초에 많은 돈을 만지지 못할 뻔했다.

전 세계적으로 7억명의 네티즌을 양산한 www의 탄생은 버너스 리의 건망증이 모태가 됐다.

1980년대 초 유럽분자물리학연구소(CERN)의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이었던 버너스 리는 극심한 건망증으로 고심하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찾아지는 '인콰이어'라는 개인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그는 인터넷 프로그램 언어(HTML).고유 주소(URL).통신 규약(HTTP)을 잇따라 선보이며 현재의 www을 탄생시켰다.

www은 그를 억만장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초대형 발명이었지만 버너스 리는 "기술은 여러 사람이 나눠 써야 한다"며 91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만일 그가 이 기술을 특허로 등록했다면 거부가 됐을지는 모르지만 'www의 아버지'라는 명예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왕실은 올해 초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키로 결정했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인간의 삶을 바꾼 20세기의 위대한 발명.발견.활동' 부문 선정자 24명 가운데 그를 포함시키는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예를 그에게 안겨줬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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