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바둑학과 첫 외국인 ‘학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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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사모를 쓴 졸업생 중 왼쪽 첫 번째가 태국의 모드, 가운데가 헝가리의 디에너, 우측 꽃다발을 든 학생이 이창호 9단의 연인으로 알려진 이도윤 양. 다른 사람들은 바둑학과에 재학 중인 외국 유학생들. [명지대학교 제공]


헝가리에서 남녀 통틀어 챔피언이었던 코세기는 승부욕이 대단하다. 바둑학보다는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바둑을 배워 세계 톱 클래스의 여자 고수가 되고 싶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한국에 왔다. 물론 한국에 와서 하늘 높은 고수들의 실력에 질리기도 했다. 그러나 만능 스포츠 우먼인 코세기는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프로기사들의 도장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운 끝에 지난해 한국기원에서 소원하던 프로 면장을 받았다. 코세기에게 졸업 후 진로를 묻자 “아직 실력이 부족해요. 더 공부해서 진정한 프로 실력을 갖춘 뒤 유럽으로 돌아가 바둑 보급을 하고 싶어요”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한다.

‘모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태국의 아피뎃은 한국 유학 동안 태국바둑협회 코작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 바둑의 신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태국은 바둑 팬이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붐이 한창인데 그 주역이 태국 유통업계의 거물 코작 회장이다.

태국에서 손꼽히던 고수였던 모드가 한국에 오게 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태국에선 모드가 한국 바둑은 물론 바둑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 오기를 기대한 것이다. 모드의 바둑 실력은 한국 아마추어 상층 수준. 태국에선 베스트5 안에 든다. “드디어 졸업했군요. 돌아가면 태국바둑협회에서 일하기로 약속되어 있습니다.” 모드도 한국말이 훌륭하다.

한편 이창호 9단의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도윤(23)씨도 이날 바둑학과를 졸업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인 사이버 오로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이도윤씨는 “(이창호 9단에겐) 알리지 않았어요. 중요한 대회(농심배)에 나갔는데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1997년 창설됐다. 현재 외국인 학생은 8명. 올해 싱가포르, 핀란드, 벨기에서 1명씩 3명의 학생이 추가로 입학할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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