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막말 공방 낯 뜨거운 대정부 질문 아예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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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막말이 오고 가는 소동이 있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현 정부를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험한 말을 내뱉었다. 천 의원은 현 정부를 “연산군 시절 같은 폭압 감시 정권”에 비유하면서 “탐욕의 쿠데타를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용산참사를 광주항쟁 당시의 학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어 등단한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말은 한다고 함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대정부 질문과 전혀 무관한, 창피한 소동이다. 천 의원의 발언은 지나쳤다. 정책과 무관한 선동에 가깝다. 아무리 현 정권이 미워도 그렇지,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로 태어난 정권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대정부 질문은 정부의 정책을 묻고 따지는 자리다. 일방적인 정치 선동의 기회로 남용해선 안 된다. 일방적인 주장을 퍼부을 것 같으면 총리나 국무위원을 출석시킬 필요도 없다. 의사당 대신 거리로 나서야 맞다.

일차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문제다. 스스로 품위를 지켜야 한다. 국정을 논하는 소중한 자리에 걸맞게 정책을 캐묻고 실정을 꾸짖어야 한다. 의원들의 자질 향상을 기다리는 것은 부지하세월이다. 그래서 보다 중요한 것이 제도 개선이다. 의원들의 저급한 행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회 운영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어차피 시간이 제한돼 있는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수박 겉핥기 식 정치 공세에 그치게 마련이다. 야당 의원의 경우 짧은 시간에 정치 공세를 하려다 보니 발언이 자극적으로 흐르기 쉽다. 이런 정치쇼 같은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아예 없애버리는 게 낫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한꺼번에 불러놓고 추궁해야 할 심각한 현안이 발생하면 긴급현안질문이란 기존의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보다 내실 있는 정책 토론을 위해서는 상임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상임위를 상설화해 일문일답으로 토론을 벌여야 한다. 나아가 소위원회를 구성해 깊이 있는 심의를 하고, 필요하면 관계자 의견을 듣는 청문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노는 국회, 싸우는 국회를 방지하기 위한 첩경은 제도 개혁이다. 개혁안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여야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국회법부터 바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