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용이 됐으니 이제 승천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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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할 예비스타를 6주에 걸친 서바이벌 게임방식으로 선발해 관심을 모았던 'MC 서바이벌'에서 경동호(23.사진.전북대 신방학과3)씨가 대상을 받았다. 경씨는 "낯선 얼굴인 데다 개인기도 없어 3회 방송 때까지는 눈에 안 띄는 출연자였다"며 "편안한 말투가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첫 방송이 나간 5월 8일만 해도 쟁쟁한 출연자 10명 가운데 경씨가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사위원단과 시청자 ARS 전화를 합해 가장 득점이 적은 사람을 매주 한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에서 경씨의 득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인대회 출신으로 케이블 TV에서 VJ로 활약하며 이미 팬클럽까지 있던 전제향(24.여)씨가 매주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달리는 동안, 경씨는 늘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12일 최종 결선에서 대상을 놓고 마지막까지 대결을 펼쳤던 상대도 역시 전씨였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경씨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첫주엔 10명 가운데 5등을 했거든요.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둘째주에 9명 중 7등을 했어요. 이러다간 탈락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평소엔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아닌 것처럼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그런 끼 덕분에 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신동엽 같은 오락 MC가 되고 싶었다는 경씨는 6주 동안 'MC 서바이벌'을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타들을 만나봤다.

"처음엔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두세번 같이 하다보니 비로소 사람으로 보였어요. 뭐든지 너무 잘해서 '역시 다르구나'라고 감탄했지만 그보다도 예의가 반듯해서 놀랐어요. 숱한 선발대회에서 대상 탄 사람이 그냥 사라지는 이유가 자만해서 역전당하는 거구나,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겸손해져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경씨는 대상 수상 후 기말고사를 치르기위해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이 사인을 받으려하고 사진을 찍어대서 신기했단다. 그러면서 한마디 툭 던진다. "(개천에서) 용 난거죠. 이제 승천해야 할 텐데…."

글=안혜리,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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