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서 선망받는 대학은 경제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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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북한에서 선망받는 대학은 어딜까. 과거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등이 손꼽혔으나 최근에는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역설적으로 경제대학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졸업후 직장배치에서 우대를 받는다는 매력에 끌려 야심찬 젊은이나 고위간부 자제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경제대학 졸업생들은 정무원이나 공장.기업소 지배인, 당외화벌이부문 등 경제분야는 물론이고 판.검사등 사법.검찰과 국가안전보위부.사회안전부 등 모든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것. 김정일 (金正日) 이 '당일꾼도 경제를 알아야 한다' 고 지시한 이래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이외에도 원산농업대학.원산수산대학.평성이과대학 등이 포함된다.

원산수산대학 항해학과는 외항선을 탄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북한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학은 정준택원산경제대학이라고 귀순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대학 상업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정무원에서 일했던 김동훈 (45) 씨는 "군제대때 김책공대로 추천받았으나 '경제학을 해야 배치도 잘되고 살아가는데 유리하다' 는 부친의 권고에 따라 이 대학에 들어갔다" 면서 "입학당시 경쟁률은 25대1이었다" 고 전했다.

권력실세로 꼽히는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 (張成澤)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이 대학 출신이다.

이 대학에는 자재노동.재정부기.상업경영.계획통계 등 4개 학부가 있는데 이중 계획통계학부의 계획과가 특히 선호된다.

계획경제인 사회주의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이 대학 학생들중에는 재학중에 이미 이재술 (理財術) 을 발휘한다고 한다.

물자공급이 원활치 않아 주민통제가 느슨해진 점을 이용, 돈도 굴리고 거간꾼 노릇까지 한다는 것. 학생들의 장사유형은▶부모로부터 얻은 술.의복등 현물을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과 교환하거나▶시세차익이 많은 물품을 구입, 타지역으로 이동해 팔아넘기는 식이다.

방학등 쉬는날을 이용해 국경지역인 회령까지 원정, 변경무역도 한다.

金씨는 "친구가 방학때 원산에 이웃한 법동군에 가서 인삼을 싸게 구입, 도회지에서 비싸게 외화로 되파는 것을 봤다" 고 말했다.

장사시간을 벌기위한 편법도 동원된다.

농촌지원에 동원되면 학급 소대장에게 미리 뇌물로 '양해' 를 구하고 장사를 하거나 의사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토요일에 조퇴, 주말장사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 '대학생 장사꾼' 은 2~3년내에 TV.녹음기.재봉기.냉장고 등을 장만, 주민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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