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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교수, '우리의 미래를…' 번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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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욕실 변기가 스스로 알아서 건강진단을 해준다.

체중을 달고 체온과 혈압을 재고 소변을 분석해 주치의에게 데이터를 전송한다.

운신할 수 없는 환자라면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이 '온라인 건강진단 변기' 는 먼 미래 일이 아니다.

일본의 변기 제조업체 토토가 이미 개발한 상품이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미국의 출판 기획자인 말콤 에이브럼스와 해리엇 번스타인은 89년부터 세계 곳곳의 산업현장과 발명가.대학교수.기업경영자.마케팅전문가 등을 취재해 21세기가 되기 전 실용화될 상품목록을 만들었다.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고 사회개념 자체를 바꾸게 될 물건들을 소개한 '우리의 내일을 만드는 536개의 상품' 이 그것 (지식공작소刊) .모두 4권으로 건강.스포츠 용품과 자동차.장의상품 등 52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적어도 2000년까지는 상용화가 가능한 물품만을 모았다는 것이 특징. 이 상품들은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시판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핵심기술은 발명이 끝난 상태다.

이 책에는 각 품목마다 간단한 기술적인 설명과 작동원리가 실려 있어 4년안에 현실화할 가까운 미래를 손쉽게 그려낼 수 있다.

살이 찌지 않는 감자 아이스크림과 썩은 이를 제거하는 충치 방지용 알약, 아이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저절로 꺼지는 텔레비전은 건강을 고려한 제품들. 이밖에 칼로리 제로인 설탕, 콜레스테롤이 없는 달걀등은 비만에 대한 걱정을 사라지게 해주며 전류를 통해 정자.박테리아균등을 죽이는 '건전지 피임약' 은 임신에 대한 공포를 잊게 할 것이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송.수신이 가능한 이리듐 셀 전화기, 주차공간에 접근하면 초음파 감지기를 이용해 스스로 주차하는 자동차, 무선 송.수신 방식으로 주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1회용 컴퓨터 등이 빚어낼 미래는 편리하고 윤택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두뇌와 마음을 다스리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들이 선보인다.

공중전화부스와 같은 조그만 밀실에 들어가면 깨끗이 걸러진 이온화된 공기와 기분좋은 향기가 흘러나오고 조용한 음악이 깔리며 고통과 스트레스를 이완시킨다.

일명 '머리 좋아지는 방' . 이밖에 전자파를 쏘아 혈액을 뇌로 몰리도록 하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의자' , 전자도서관 데이터뱅크와 연결돼 키워드를 치면 관련 아이디어를 스스로 창출해 내는 기계인 '아이디어 살롱' 도 곧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머리에 끼고 혼자 보는 '극소형 텔레비전' , 전화로 상대방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필링폰' , 사이버섹스까지 즐길 수 있는 '가상체험장치' 등은 개인화.고립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몸이 불편한 조문객이 스크린에 비춰진 고인 모습을 보고 차안에서 문상하는 '드라이브 인 문상' , 영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미이라' 서비스에 이르러서는 섬뜩해지는 느낌도 갖게 한다.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개발된 제품 가운데 한국 것도 눈에 띈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가 고안해낸 음성작동 전자레인지와 '걷고 말하는 텔레비전' 이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이 책에 담겨있는 문명의 이기 (利器) 들이 그려낸 청사진은 온통 핑크빛이다.

고가의 비용문제만 해결된다면 21세기를 맞는 현대인들은 이 혜택을 누릴 것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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