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서울 애니메이션엑스포 18만여명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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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3일 폐막된 97서울 애니메이션 엑스포에는 모두 18만여명 (주최측 집계) 의 관람객이 올림픽공원등 행사장을 찾아 만화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시켰다.

특히 국제 공모전과 국가별 특별전, 세계 유명감독 강연회등이 열린 동숭아트센터에는 만화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우리 만화산업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했다.

또 만화왕국인 일본의 '정글대제 레오' , 중국 쉬커감독의 첫 애니메이션 '천녀유혼' 과 함께 우리 만화영화인 '전사 라이안' '난중일기' '임꺽정' 등도 나란히 상영돼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번 애니메이션 엑스포는 우리 만화영화가 극적 완성도와 기술력.캐릭터 흡인력 차원에서 세계적 위치를 획득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함께 깨닫게 해주었다.

사실 올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만화관련 행사가 많다.

애니메이션 엑스포와 같은 기간에 춘천에서도 만화축제가 열렸고 또 8일 뒤면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열린다.

또 9월24일부터 30일까지는 아시아만화대회가 개최된다.

이런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는 것은 정부와 기업들이 만화영화가 가진 잠재력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진 우리 업계의 가능성 (주문생산이긴 하지만) 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나 씻어주고 시금치만 다듬어주는, 하청생산에만 목을 맬 것인가.

직접 '요리' 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동안 한국시장을 선호하던 외국업체들이 인건비가 비싸고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한국보다는, 동남아나 중국을 찾기 시작한 현실은 독자적인 캐릭터로 승부하지 않으면 곧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런 행사들로 분위기만 띄워서는 안되는 현실인 것이다.

또 정부나 기업이나 경계해야 할 것은 만화영화를 너무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려는 움직임이다.

만화영화는 문화고 예술인만큼 당장 돈이 안된다고 시들해져서는 곤란하다.

꽃이 예쁘다고 꽃송이만 냉큼 따와서는 그 꽃이 오래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계와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도제식으로 구성된 업계와 속물 엘리트주의에 휩쓸리기 쉬운 학계도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대안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한국만화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계.학계와 정부.기업이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맞댈 일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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