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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문제” 존엄사 논쟁에 영향 미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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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추기경의 선종은 존엄사 논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추기경은 16일 급성 폐렴에 의한 호흡부전과 패혈증이 악화되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혈액투석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또 호흡을 돕기 위해 기관지를 절개하고 튜브를 삽입해야 했었다. 하지만 김 추기경은 병실에서 조용히 영면을 맞이했다.

가톨릭대 의대 이동익 생명윤리대학원장은 “추기경님은 지난해 10월에도 위기가 있으셨다”며 “당시에도 소생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기계적 장치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지 말라는 말씀을 담당 의사들에게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2005년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학회에 참석해서는 “말기 환우들의 영혼과 육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야말로 가장 숭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그 이후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존엄사의 중요성을 계속 설파해 왔다. 80세 기념 미사에서 남은 소망 가운데 하나로 “내 발로 화장실을 드나들다 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는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했는데도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존엄사로 규정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한국보건의료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김 추기경은 첨단 의료기계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도 이런 행위를 거부했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보다 가치가 높은 존엄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장비에 의해 연명하다 이를 거부하는 형태의 존엄사보다 처음부터 이를 거부한 게 더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안혜리·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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