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추승균보다 낫다” … 양희종 2년 만에 괴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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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리틀 추승균’ 양희종(25·KT&G·사진)의 기세가 무섭다. 닮은꼴 선배를 넘어 더 큰 별이 될 수 있다는 후배의 패기가 프로농구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5·KCC)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주특기인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팀의 중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돋보이는 주인공이 양희종이다. 추승균이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기도 했던 양희종은 프로 데뷔 두 시즌 만에 추승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추승균과 양희종은 스타일이 비슷하다. 포스트 플레이부터 미들슛·외곽슛까지 공격을 두루 잘하지만 개인 욕심을 내지 않는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발 벗고 나서기 때문에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히는 것도 닮았다. 추승균은 지난해 1월 양희종에 대해 “나보다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종은 추승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성장했다. 지난해 코트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던 양희종은 이번 시즌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번 시즌 양희종은 추승균처럼 다방면에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그는 경기당 평균 10.0득점, 4.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선수 중 득점이 10위, 리바운드가 6위로 고루 상위권에 올라 있다. 득점과 리바운드뿐 아니라 블록슛(1.1개, 전체 11위)은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고, 스틸은 전체 5위(1.6개)를 달리고 있다.

양희종이 추승균과 닮은 것은 당연하다. 양희종은 2002년 삼일상고 시절부터 추승균을 롤 모델로 삼고 그의 플레이를 따라 하곤 했다. 그 덕분에 양희종은 상대팀 전문 슈터를 꽁꽁 묶는 ‘킬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양희종의 가장 큰 문제는 부정확한 3점슛이었지만 이제는 이 약점마저 극복했다. 박도경 LG 스카우트는 “저 정도면 벌써 추승균급”이라고 평가했다. 유도훈 전 KT&G 감독은 “양희종이 벌써 추승균을 따라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최근 공격력이 좋아진 것에 대해 “마음에 여유가 생겨 연세대 시절 슛 감각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추승균 선배를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생각한다”며 “2대2 플레이 등 배울 게 많다. 하지만 맞대결할 때는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다”고 밝혔다. KT&G와 KCC는 이번 시즌 상대 전적 2승2패로 팽팽하다.

양희종의 활약에 이상범 KT&G 감독대행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는 “비록 KT&G가 힘겨운 6강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희종 덕분에 마음만은 부자”라고 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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