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무안·울진 공항 건설 미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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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감사원은 항공기 이용객의 수요가 예상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전북 김제공항의 착공 시기를 미루도록 건설교통부에 통보했다. 또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경북 울진공항과 전남 무안공항에 대해서도 "경제적인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개항 시기와 사업 규모를 재조정할 것을 건교부에 권고했다.

감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공항 확충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3개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항 건설 사업은 소요되는 비용이 예상 수익을 초과하는 등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김제공항 건설사업은 호남고속철도의 개통으로 항공 수요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북도가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 중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의 성낙준 건설물류감사국 과장은 "전북도가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항공 수요의 예상 감소율을 개통 전의 65% 수준으로 잡아야 하는데도 17% 수준으로 줄여 잡아 '사업성이 있다'는 억지 결론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울진공항과 무안공항도 개항 후 예상 수입이 지출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해당 지자체들이 항공기 이용객 증대 방안도 강구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진단했다.

경북도의 경우 사업 수지를 맞추기 위해 서울~울진 노선의 예상 이용객 수를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건교부 등에 보고한 사실이 적발됐다. 전남도는 무안공항의 예상 사업 수익 및 비용 항목을 임의로 계산해 사업성을 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공항사업의 사업성 분석에 적용하는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감안할 경우 이들 3개 공항의 사업성은 2~3배가량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김제공항 등 3개 공항 건설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건교부 관계자는 "무안과 울진공항의 완공 시기는 2년 정도 연장하고, 70%가량 용지가 매입된 김제공항은 여건을 지켜본 뒤 착공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제공항의 경우 전북도가 조기 완공을 위해 500억원의 국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최근 건교부가 내년도 사업비로 23억원만 지원키로 결정해 사업이 백지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들 3개 공항의 건설에는 이미 전체 사업비의 약 58%인 3291억원이 집행된 상태라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상당한 예산이 낭비될 가능성마저 있다.

한편 감사원 지적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감사원의 특감 결과가 도민의 지역 균형 개발에 대한 소망을 꺾을 수 있다"며 "이미 토지를 대부분 매입했는데 중단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울진군과 무안군 관계자도 "주민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임봉수.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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