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TV토론]김대중총재 "40년간 대통령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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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는 이날 "40년동안 대통령 준비를 해왔다" 고 말한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철저히 준비된 모범답변을 선보였다.

정치.경제.사회분야등 모든 패널들의 질문에 주저함이 없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전문가 뺨치는 실력을 발휘했다.

…金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지금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는 배에 4천5백만이 타고 있다.

이 난국에 '한국호 (號)가 처해있다" 면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를 간접 공격. 그는 "표류의 원인은 선장을 잘못 만난데 있다" 면서 먼저 金대통령을 겨냥한 뒤 "그런데 선장과 같이 잘못 항해시킨 일등 항해사를 선장 시킨다고 배가 안전운항하겠느냐" 며 이회창대표를 비판. 그는 "그러나 나는 방향감각이 뚜렷하고 항해기술이 충분한 선장이니 나에게 한번 기회를 달라" 고 당부.

…金후보는 "김대중후보가 집권해도 지역갈등을 극복할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는 지적에 "전혀 호남사람들에게 특혜를 주지 않겠다" 고 강조. 그는 "가신 (家臣) 얘기가 나오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가신으로) 지목된 분들은 '정권잡아도 우리 차례 안돌아오겠다' 고 하고 있을 정도" 라고 소개. 그는 "金대통령의 퇴임후를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비리를 밝히되 사법처리를 않겠다는 것이냐" 는 질문에는 딱 부러지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달했던 93년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했던 내용을 소개. '일괄타결론' 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카터 전 대통령을 북한 김일성과 만나 협상케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 그후 카터를 만났더니 "金총재가 전쟁을 막아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5만명의 생명을 구했다" 며 감사하더라고 했다.

중국 방문때 정치지도자들로부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중국경제의 안정에 기여했다" 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기아문제에 대해 "기아는 살려야겠지만 인사문제 정리, 대책없는 부동산투자등 방만한 경영에 문제가 있다" 고 비판. 특히 "철저한 자구노력과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는 완전경쟁.시장논리를 강조해 과거 재벌의 폐해등을 집중강조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패널리스트가 "결국 기아를 살려야 한다는 말이냐, 아니냐" 고 양단간 대답을 요구하자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정리해 살려야 한다고 본다" 고 답변. …金후보는 사상시비와 관련, 소신있는 대북정책을 펼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선거때마다 북한의 덕을 본게 야당이냐, 여당이냐" 며 "굳이 편을 가르자면 선거때마다 여당을 도와준 북한은 어디 편이냐" 는 말로 자신을 방어. 그는 수차례에 거친 사상검증을 예로 들며 "그러나 한번도 문제있다는 것이 발견된 적이 없다" 고 강조. 그는 이회창대표 아들의 병역시비를 의식한듯 "첫째아들이 공군중위, 둘째아들은 ROTC 육군중위로 제대했다" 며 "내게 문제가 있다면 내 아들들이 중위가 될수 있었겠느냐" 고 반문.

…金후보는 "이회창 신한국당후보와 김종필 자민련후보에 비해 돋보이는 강점 한가지를 말해달라" 는 질문에 "남보다 더 나은 강점을 보이라 하면 겸손하지 못한 것같고, 또 없다고 하면 뭐하러 대통령에 나오느냐고 할테니…" 라고 운을 뗀뒤 "40년동안 감옥에 있거나 망명때도 이 나라를 바른 정치의 길로 끌고갈 준비를 해왔다" 고 답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황장엽씨의 말을 소홀히 하진 않지만 미국.일본.중국.러시아등 모든 나라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 했다.

"집권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는 질문엔 "우선 남북 기본합의서와 NPT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나 대대적인 제재가 있게 될 것" 이라고 전망하고 "우리는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가 없다" 는 외교적 해결방식을 제시한뒤 "일본도 핵개발 할 것이 뻔한데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게 중요하다" 고 강조. 전영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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