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파행보다 양보택한 이회창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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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표는 원칙고수를 통한 국회의 파행보다 양보를 선택했다.

李대표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더구나 양보 내용이 국회법과 상치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회법 48조에는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의원의 비율에 따라 선임한다.

특별위원도 이규정을 따른다' 고 명시돼 있다.

이를 깨면 선례를 남긴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여야동수 반대 이유였다.

때문에 국회파행도 불사했다.

그럼에도 李대표는 '법대로' 대신 원만한 운영을 택했다.

李대표의 이같은 결정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내려진 것같다.

무엇보다 李대표가 대선후보가 된 후 첫번째 국회다.

李대표로선 파행으로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법 처리때와 같은 상황의 재연을 바라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李대표의 선택폭은 넓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이와 별도로 고정이미지 탈색을 위해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李대표 주변에서는 그가 '법대로' 이미지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李대표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에게 정치력을 과시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한 李대표로선 아들문제 때문에라도 첨예한 여야의 대치를 누그러뜨리려 했을 것이다.

야당은 이번 국회가 안건처리에 실패하면 곧바로 새로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방침이었다.

여당으로선 일축하기 어려운 요구다.

물론 야당은 국회가 다시 열리면 안건심의보다 李대표 아들들의 병역면제 문제를 추궁할 생각이었다.

李대표로선 이런 지구전에 말려 계속 손해보느니 한번의 양보로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 보다 낫다는 판단도 했을 법하다.

민생을 챙겼다는 평가도 기대했는지 모른다.

아무튼 李대표의 결단으로 문제는 일거에 해결됐다.

신한국당 의총은 李대표의 결단을 박수로 추인했다.

본회의 역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전개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여권에서는 곧 李대표의 양보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도 공세를 누그러뜨리기 보다 기세를 올려 李대표 흔들기를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이럴 경우 李대표는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예상되는 이같은 어려움을 뚫고 李대표가 정국을 원하는대로 주도해 나갈지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李대표의 정치력 발휘여부도 이때 비로소 판명될 것같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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